소비자만 모르는 가격 결정의 비밀
소비자만 모르는 가격 결정의 비밀
  • 오명호
  • 승인 2014.08.2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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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은 얼마에 팔아야 할까?

[북데일리] '초콜릿 티포트 컴퍼니'라는 회사가 있다. 이름 그대로 초코릿 티포트를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 대표 '매기'는 마케팅의 달인이다. 특히 가격 결정에 관해서는 소비자 심리학, 행동 경제학, 인지 경제학 등을 골고루 섬렵한 최고의 전문가다. 그런 매기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다양한 가격 정책을 통해 '초콜릿 티포트 컴퍼니'를 멋진 기업으로 성공시킨다.

신간 <9900원의 심리학>(갈매나무.2014)에 담긴 내용이다. 책은 비즈니스에서 가격의 심리를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심리학 서적으로, 스토리 텔링 기법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 정책 전문가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저자가 '초콜릿 티포트 컴퍼니'라는 가상의 회사를 통해 가격 결정에 관한 비밀과 심리학적 근거를 전달한다.

먼저 제품의 위치와 가격의 상관관계, 즉 포지셔닝에 관한 이야기로 출발한다. 책에 따르면 고객들은 대개 제품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지 아주 막연하게만 추측할 뿐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때 그 제품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유사 제품들을 가격 지침으로 이용한다는 것. 따라서 제품의 포지셔닝이 사람들이 지불하려는 값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초콜릿 티포트는 티백, 또는 커피전문점에서 갓 만든 카푸치노와 비슷해 보일지 모른다. 에스토니아의 술은 맥주와, 아니면 위스키나 샴페인과 더 유사해 보일 수 있다. 납세 신고서 작성 서비스 요금은 9500원 정도의 등기우편 요금, 약 16만 원짜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비용, 또는 약 200만 원 가치의 전문가 맞춤 서비스와 비교될 수 있다." 21쪽

흔히들 99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원치 않는 지름신을 만나곤 한다. 알면서도 저지르는 이 무시무시한 가격의 비밀, 가격표에 9900원이 붙으면 도대체 왜 덜 비싸게 느껴지는 걸까? 책에 그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다. 오랜 기간 묵은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고객은 제품을 대략적인 가격대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 범위 내에서는 자기가 9600원을 썼는지, 9800원을 썼는지 기억하기가 어려워요.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한 물건을 살 경우 자세한 기억은 더 희미해질 겁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9900원의 술수가 먹혀드는 한 가지 이유지요. 1만 원이 아닌 9900원을 지불함으로써 소비자는 우리 제품을 저가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224쪽

이 밖에도 책에는 '적대감을 부르지 않는 가격 인상법', '경쟁 상품을 상대하는 이상적인 전략', '소비자가 지갑을 한 번 더 열게 하는 비법' 등 기업이라면 누구나가 혹하게 하는 사례들이 즐비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가격을 이용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위치를 정하는 방법, 다양한 세분 시장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방법 그리고 고객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과 조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가격 책정 기법들을 제시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기업이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고객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을 우려내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아니나 다를까 책에서도 가격과 관련하여 기업의 윤리적 측면을 언급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기업은 그저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하고 그들을 오도하지 말아야 할 의무만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인심을 많이 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당신의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게끔 유도하려 해도 그것이 마술처럼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고, 당신의 가격 신호는 당신의 상품이 지니는 편익과 품질에 대한 사실과는 관련이 없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경쟁자들은 가격 심리를 이용하는데 당신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당신은 결국 쪽빡을 차기 십상이다. 장기적으로 그것이 시장을 덜 경쟁적으로 만드로 당신의 고객에게도 전혀 편익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44쪽

저자에 따르면 가격은 기업의 '언어'다. 언어를 모르고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마케터들은 물론 모든 비즈니스맨의 필독서다. 또한 소비자들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비싸게 사면 기분이 씁쓸해지고 싸게 사면 물건이 의심스럽다. 비싸도 문제 싸도 문제인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이고 만족스런 소비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유용한 '가격 결정 매뉴얼'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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