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꿈을 향해 씽씽
자전거를 타고 꿈을 향해 씽씽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19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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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흑룡전설 용지호>

 [북데일리] 영화 <E.T.>의 한 장면처럼 자전거가 날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장면이다. 현실을 잊고 저 하늘 끝까지 달리고 싶은 마음을 가진 소년이 있다. 바로 <흑룡전설 용지호>(문학동네. 2014)의 주인공 용지호다.

 지호는 중학교 3학년으로 경기도 평촌에 산다. 회사원 아버지, 애정을 잔소리로 표현하는 엄마, 까칠한 중1 여동생과 함께 산다. 지호는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 평범 그 자체인 중학생이다. 학교에서도 친구는 개그맨 지망생인 ‘오밤’이 유일하다. 지호가 달라진 건 자전거를 타면서다. 아버지 회사에서 나온 자전거를 타면서 지호의 생활엔 작은 변화가 생긴다. 버스가 아닌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지호에게 큰 활력소가 된다.

 강남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지호는 아주 신나게 달린다. 길 위에서 만나는 라이더들과 레이스를 펼친다. 항상 승리하는 지호는 라이더들에게 대단한 존재로 소문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빠져 당황하는 지호는 묘기 자전거라는 BMX를 타는 ‘스텔스 형’의 도움을 받는다. 자전거를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지호는 점점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고 중년의 ‘꿍따리 아저씨’, 작업복과 안전모로 달리는 ‘하이바 아저씨’를 만나 무지개다리 모임을 만든다.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지호 또래 여중생 ‘로미’까지. 늦은 밤, 각자의 일을 끝내고 모여든 형과 아저씨에게 지호는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공유한다.

 지호의 고민은 친구 문제였다. 공부와 운동을 잘 하는 반장의 생일 초대를 받은 지호는 ‘오밤’과 함께 간다. 앨범을 보다 ‘오밤’은 반장에게 자신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냐고 묻는다. 그 뒤로 학교에서 반장은 지호에게 ‘오밤’을 무시한다. 지호가 이유를 묻자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무리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오밤’이 사과를 했지만 반장은 친구들을 동원해 왕따를 시킨다. 지호가 반장이 아닌 ‘오밤’을 선택하자 이번엔 지호를 괴롭힌다. 심지어 지호의 자전거를 망가트린다. ‘오밤’은 반장의 눈치를 보며 지호를 피할 뿐이다.

 ‘진짜 이름도 모르고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드래곤은 완전히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가고 있었다. 집에서는 엄마의 잔소리와 여동생의 빈정거림에 시달리고, 학교에서는 오밤을 제외하곤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소극적인 용지호가 아닌, 양재천 물길을 가르며 그 누구보다 빨리 달리는 용사 드래곤! 적어도 무지개다리 아래의 드래곤은 밝은 표정에 말도 잘하는 명랑한 소년이었다.’ (91쪽)

 어른들은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말하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한 스텔스 형은 반대다. 선생님은 반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도 없을 거라고 분노한다. ‘스텔스 형’과 ‘꿍따리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찾아와 지호를 응원한다. 응원에 힘입어 지호는 운동회 참가에 자신을 제외하는 반장에게 비겁하다고 말한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나고 반장은 대장 노릇을 그만둔다. 용기를 내 건 지호지만 무지개다리 모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힘든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 꿋꿋하게 나가는 ‘스텔스 형’, 비정규직 노동자의 귄익을 위해 거리 시위에 나선 ‘하이바 아저씨’, 돈을 버느라 함께 있어주지 못한 아들의 죽음으로 아파하는 ‘꿍따리 아저씨’, 아빠의 인형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은 ‘로미’ 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대단히 평범한 우리네 모습이다.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적인 소재와 인물의 등장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아직 난 겁쟁이고, 눈치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 하지만 그게 나야. 피하거나 속인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어. 이제 피하지도 않고 숨지도 않을 거야. 앞으로 난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거야.” (244쪽)

 지호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이제 막 좋아하는 게 생겼고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생겼다. 좋아하는 걸 위해, 잘 하는 걸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지호의 모습을 상상한다. 또 다른 이름의 수많은 지호를 응원하는 멋진 소설이다. 그러니까 진짜 청소년을 이해하고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는 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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