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은 생생한 삶의 현장
렌즈에 담은 생생한 삶의 현장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1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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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최후의 언어>

[북데일리]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이상엽의 <최후의 언어>(북멘토. 2014)는 100여 컷의 필름사진과 필름 카메라를 다룬 책이다.  ‘나는 왜 찍는가’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취재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삶을 통해 사진이 갖는 의미에 묻는다.

 한 장의 사진과 그 사진을 찍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을 통해 마주하는 제주 강정의 분노, 울산 현대 자동차 공장 앞 노동자의 외침, 사막으로 변한 새만금의 상처, 진도 팽목항의 슬픔을 담은 사진은 경건한 기도와 같다. 어떤 현장이든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진기자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수많은 방송매체와 언론의 보도보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마주하는 진실은 강력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카메라가 삶을 기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카메라는 사고하지 못한다. 사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80쪽)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모습은 때로 생경하다. 가족이나 친구를 담을 때는 묘한 감정을 불러오고 자연이 내뿜는 위대한 기운을 받는다. 저자의 말처럼 카메라가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애정을 부여하는 순간 나만의 특별한 대상으로 존재하니까. 시간이 지나 필름을 현상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커지고 다른 것으로 발현될 것이다. 

 ‘노동자가 만들어 내는 정교한 카메라. 그리고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는 자본.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노동. 그것을 기꺼이 비싼 가격에 치르고 손에 들어 세상을 기록하는 사진가. 뭔가 참으로 가치 있고 의미 깊은 관계인 듯한데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잘 안 된다.’ (94쪽)

 상업화된 사회에서 소비를 위한 사진이 아닌 인간을 담고자 하는 저자의 시선과 필름 카메라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쉽게 찍고 삭제하는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찍는 한 사장의 사진이 보여주는 삶이 지닌 아름다움을 말한다. 더불어 사진에 대한 설명과 카메라의 역사, 카메라의 구조, 카메라의 기능, 제조사, 카메라의 종류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다.

 책의 말미엔 수록된 사진을 찍은 카메라도 소개한다.  때문에 카메라를 잘 아는 독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내용이다. 특히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필름 카메라를 소장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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