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없어 삼백 살까지 살았다고?
이름이 없어 삼백 살까지 살았다고?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0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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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효정의 <삼백이의 칠일장>

 ‘능청스러운 유머와 해학적인 문장 속에는 재미와 함께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도덕책 속의 죽은 교훈이 아닌, 감동과 재미를 통해 우리 가슴속에 자연스레 새겨진 깨달음은 평생 스스로의 삶의 자리를 일러 주는 내면의 지표가 된다.’

 [북데일리]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삼백이의 칠일장1,2>(2014. 문학동네)에 대한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유영진의 심사평의 일부다. 심사평만으로도 이 동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기대하게 만든다.

 ‘옛날옛날에 이름 없는 아이가 살았어. 어쩌다 남들 다 있는 이름 하나 못 가졌는지는 이 아이도 몰라. 집도 절도 없이 그저 바람처럼 떠돌아다녔대. 이름이 없었지만 아이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어. 이름이란 게 남이 쓰는 것이지 자기가 쓰는 게 아니잖아? 이름 없다고 못 먹는 것도 아니요, 못 입는 것도 아니요, 못 자는 것도 아닌걸.’ (1권,7쪽)

 주인공 삼백이는 부를 이름이 없어 삼백 살까지 살게 된 아이다. 저승사자가 세 번 이나 찾아왔지만 이름이 없어 죽지도 못한 것이다. 삼백 살에 스스로 삼백이라 이름 짓자 바로 저승사자가 나타나 죽게 된다. 기발한 소재의 이야기는 삼백이가 죽고 난 후가 더 기막히다.

 구렁이, 개, 소, 까치, 호랑이, 말 귀신이 상주로 나서 삼백이의 칠일장(葬)을 치러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삼백이의 장례식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장례를 치르는 여섯 밤 동안, 여섯 귀신들이 저마다 삼백이와의 인연을 들려준다.

 삼백 살을 살았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얼마나 많은 일을 경험했을까. 동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째 밤 구렁이 귀신은 달걀을 좋아하는 외동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걀만 좋아하는 외동딸이 구렁이 알을 달걀인 줄 알고 먹었다가 고생한다. 지나가던 거지에게 밥을 내어주고 거지가 알려준 방법으로 산신령을 찾아가 고친다. 놀랍게도 거지가 바로 삼백이였다.

 둘째 밤 개 귀신은 임금님이 좋아하던 개에 대한 이야기다. 밥도 안 먹고 시름시름 앓는 개를 고친 건 꼬마 시동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진짜 사랑을 전할 줄 알았던 시동이 개답게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한 것이다. 셋째 밤 소 귀신은 연날리기에 빠진 아이가 연을 따라 궁경한 연나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뒤를 까치, 호랑이, 말이 삼백이의 따뜻한 마음을 이야기한다. 장례식을 치룬 동물 귀신은 모두 삼백이의 도움을 받았다.

 ‘소 귀신, 덜커덩덜커덩 쟁기로 땅을 파고 구렁이 귀신, 스르륵스르륵 꼬리 말아 관 내리고 개 귀신, 타다닥타다닥 뒷발질로 흙을 덮고 말 귀신, 다그닥다드닥 말굽으로 봉분 다지고 호랑이 귀신, 떽떼굴떽떼굴 둥근 바위 굴려 오고 까치 귀신, 똑똑똑딱딱딱 비석을 쪼았지.’ (2권, 102쪽)

 기발한 상상과 거침없는 유머와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유쾌한 동화다. 정말 재미있다. 이야기 곳곳에 타인을 향한 배려와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삼백 살까지 사는 삼백이라는 아이를 통해 작가는 웃음과 동시에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야기로만 표현할 수 없는 재치와 해학을 담은 그림이 있어 더욱 빛난다. 재미있는 동화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삼백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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