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삶과 글쓰기 닮은 점 5가지
[책속의 지식] 삶과 글쓰기 닮은 점 5가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05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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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조심> 중에서

[북데일리] 정민 교수의 <조심>(김영사. 2014) 다스리지 못하는 마음을 붙잡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마음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네 글자의 사자성어로 묶어 들려준다. 어느 하나 약이 되지 않는 글이 없다. 다음은 명나라 장홍양이 <담문수어>(談文粹語)에 나오는 글 쓸 때 빠지지 쉬운 여섯 가지 잘못을 지적한 부분을 소개한 글이다. 글쓰기와 세상사는 이치가 다르지 않음을 쉽게 설명한다.

 작문육오(作文六誤) - 글 쓸 때 쉬 빠지는 여섯 가지 질문

 ‘첫째는 말을 비틀어 어렵고 험벽하게 써놓고 제 딴에는 새롭고 기이하기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사실은 괴상할 뿐이다. 참신한 시도와 망측한 행동을 잘 구분해야 한다. 기이함은 듯에서 나오는 것이지 남이 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뜻을 복잡하게 얽어놓고 스스로 정밀하고 투절하다고 여기는 경우다. 하도 뒤엉켜서 제법 생각도 깊어 보이고, 공부도 많이 한 것 같다. 하나하나 짚어 보면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인 것일 뿐 속임수인 경우가 더 많다.

 셋째는 만연체로 길게 늘어놓고 창대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분량으로 독자의 기를 죽이고 보겠다는 심사다. 내용을 알든 모르든 자신의 문장력에 압도되기만 바란다. 글 쓴 저도 모르는데 남이 어찌 알겠는가? 이런 것은 창대한 것이 아니라 바람이 들어 붕 떠 있는 글이다.

 넷째는 생경하고 껄끄러운 표현을 잔뜩 동원해 이만하면 장중하고 웅건하지 않느냐고 뽐내는 예다. 읽는 사람의 혀끝에 남는 떫은맛은 고려하는 법이 없다. 이것은 장중도 웅건도 아닌 비쩍 마른 것일 뿐이다.

 다섯째는 경박하고 방정맞은 얘기를 펼쳐놓고 원만하고 부담없다고 자부하는 경우다. 제 딴엔 유머라고 했는데, 제 수준만 단박에 들통 난다. 천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섯째는 평범하고 속된 표현을 나열하고는 스스로 평탄하다고 정대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사실은 진부하다. 글은 쉽게 써야 하지만 진부한 것과 혼동하면 안 된다.

 사람은 비슷한 것을 잘 분간해야 한다. 참신한 것과 괴상한 것, 뒤엉킨 것과 정밀한 것, 잔뜩 늘어놓은 것과 스케일 있는 것, 생경한 것과 웅건한 것, 경박한 것과 둥글둥글한 것, 상스러운 것과 정대한 것은 자주 헷갈린다. 이 분간을 잘못하면 해괴한 짓을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천박하게 굴면서 눈높이를 맞춘다고 착각한다. 남들의 손가락질을 칭찬으로 오해한다. 웃기려 한 것이 울게 만든다.’ (253~254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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