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도서관, 못잊을 북콘서트
창원도서관, 못잊을 북콘서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6.2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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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와 북밴, 책과 노래 들려줘

[북데일리] 저는 좋은 질문이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명필이 일수에게 “너는 누구니?”라고 질문하듯이, 저는 명필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묻고 싶었어요. 어떤 학교 몇 학년 몇 반 누가 아니라,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기억하는 존재인지 묻고 싶었어요. -유은실 작가

남녘의 공업도시 창원에서 문학의 선율이 울려퍼졌다.

21일 창원도서관은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유은실작가와 책을 노래하는 밴드 ‘북밴’(대표 임정섭)을 초청해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창원에서는 처음 열린 북콘서트였다. 이 점 때문인지 관객과 관계자들은 높은 기대치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비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당은 유아부터 고등학생, 성인 관객들로 꽉 채워졌다. 

창원도서관 이헌욱 도서관장의 무대 인사로 행사의 문이 열렸다. 이 관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행사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북콘서트는 책을 살리는 기획인 셈이다.

창원도서관 이헌욱 관장
이어 아이들의 특성과 행동을 동화로 잘 표현하기로 유명한 유은실 작가가 사회자 정미경 북데일리 기자의 질문에 맞춰 필살기를 들려줬다.

“제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너무 어른스러웠어요. 그때 어린이로 충분히 살지 못해서 동화를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동화는 어린이 나라 말로 해야 되기 때문에 쓰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어린이들 일기를 빌려서 필사를 했고, 버스를 타면 어린이 말도 엿들었어요. 그리고 그 말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쓸 때는 한 달 정도 어른들과 되도록 말도 하지 않았어요.“

유 작가는 그간 <멀쩡한 이유정>, <우리동네 미자씨>,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등 매우 많은 동화를 썼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행사 당일 주제 책인 <일수의 탄생>(비룡소. 2013)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녀는 책의 주인공인 ‘일수’에 대해 소개했다. “일수는 7월 7일생 아이예요.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1977년을 기준으로 썼어요. 엄마가 결혼한지 15년 만에 낳은 아이예요. 너무나 평범한 아이인데 엄마는 엄청난 해운을 가져올 아이로 생각하죠. 일수는 그 사이에서 엄마에게 휘둘리면서 자란 안쓰러운 아이예요.”

이어진 책 낭독시간에 유 작가는 일수가 서예학원 명필 원장님과 얘기하는 부분을 들려줬다. 이와 함께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동초등학교 교사인 한 관객은 일수와 친구 일석이가 뒤늦게 사춘기를 맞아 방황하는 부분을 생생하게 전해졌다.

유은실 작가의 책은 북밴에 의해 흥겨운 노래로 재탄생했다. 북밴의 리더 김경은 씨가 작사 작곡한 ‘일수의 탄생’이 처음 공개했다. 동화만큼이나 흥겨운 노래가 관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김경은 씨는 책을 음악으로 바꾸는데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적인 작곡가 겸 가수다. 유 작가는 감동과 고마움으로 화답했다.

“정말 행복하고, 노래를 만든 분이 마치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다 들여다 본 것 같습니다. 선물받은 기분이예요. 작가가 된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김경은 씨는 " 책노래를 만드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작가님과 관객여러분들의 호응이 더 좋은 책노래를 만들게 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진 '강연 30’ 코너. 유 작가는 ‘일수의 탄생, 나의 탄생’이란 주제로 깊이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이 코너는 북밴이 처음 기획한 코너로, 노래와 함께 저자로부터 책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다. 음악에 지식을 더함으로써 북콘서트는 더 알차졌다. 

“저는 <말괄량이 삐삐>를 쓰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선생님 때문에 동화 작가가 됐어요. 이분께 헌사를 한줄 쓰고 싶어서 원고지 400매를 썼어요. 동화를 쓴다는 게 어른의 한국어를 어린이의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영어 공부를 할 때 영어 방송을 계속 들으면 귀가 뚫리는 것 처럼 동화책을 천 권쯤 읽으니까 어린이 말에 귀가 뚫리더라구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부터 <나도 편식할거야>를 쓸 때 까지 거의 10년이 걸렸어요. 어떤 일이든 집중해서 1만 시간 이상 노력하고 공부하고 고민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2만 시간 정도 뜨겁게 노력하고 나서 어린이의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유 작가는 <나도 예민할거야>라는 동화를 ‘뭔가 되어야 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잠시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전했다. 이후 그녀는 최은희 작가의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림책>, 네델란드 작가의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부모와 아이 사이> 등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했다.

더불어 어린이들에게 “대단해 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못했기 때문에 위대해 질수도 있다. 그래도 귀한 존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시험기간인데도 유 작가를 너무나 좋아해서 왔다는 초등학생(6학년)은 “오늘 북콘서트는 처음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강연, 질문, 답변 시간도 저에게는 정말 좋고 못잊을 경험이 됐어요.”라고 느낌을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 관객은 “노래와 함께 책 내용을 들으니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책을 잘 안 읽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연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다양한 책 노래와 책 이야기로 꾸며진 북콘서트는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끝났다. 창원도서관 관계자들도 10월에 북콘서트를 통해 또 만나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북콘서트 마지막에 작가의 싸인을 받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새삼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문의 02 323 1905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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