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당신 이력서, 경매에 붙일 수 있어야"
구본형 "당신 이력서, 경매에 붙일 수 있어야"
  • 북데일리
  • 승인 2007.03.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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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람에게서 구하라> 펴낸 구본형

"한 직장의 근무기간을 따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졌기 때문이죠. 이젠 시장전체의 고용안정성을 따져야합니다”

[북데일리] 1년여 간의 각고 끝에 <사람에게서 구하라>(을유문화사. 2007)를 출간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은 21세기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 시내의 한 북카페에서 만난 구 소장은 “지금은 준비가 안 된 사람은 급속하게 도태되고 준비를 마친 사람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주어지는 ‘인재전쟁’의 시대”라며 “개인도 이제 한 기업만이 아닌 시장(Market) 전체를 대상으로 자신의 고용안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파괴되고 있는 고용시장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실업문제, 조기퇴직 등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요소들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주요채용기준으로 평가 받아 온 한 직장의 근속기간은 더 이상 중요한 의미로 인식되지 않는다.

당신의 이력서를 이베이에 올릴 수 있는가

구 소장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샐러리맨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이러한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의 시장고용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그릇을 평가 하는 ‘이력서 작성법’을 제안했다. 바로 이베이(ebay)와 같은 경매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놓듯 자신의 이력서를 올릴 경우 몇 명이나 고용의사를 밝히며 입찰할 것인가를 ‘스스로’ 고민하라는 것. 구 소장은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경력 속에서 자랑 할 만 한 것이 있는가

▲고객을 감동시킨 적이 있는가

▲전문가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

▲당신을 고용할 경우 함께 동원 될 수 있는 전문가네트워크가 얼마나 되는가

구 소장은 “일반적으로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샐러리맨이 많지 않다”며 “두 가지 문항에 답하는 경우가 5% 내외”라고 밝혔다. 항상 “당신을 고용하겠다”는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면 개인의 시장고용성(Market employed)은 매우 안정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여기서 구 소장은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리더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

그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모두가 ‘공존’해야 할 가치를 찾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고 있는 직원은 보통 15~20%를 넘지 않는다고. 이때 ‘사람을 이해하는’ 리더라면 나머지 80~85%의 직원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연봉이상의 열정을 쏟아 붓게 할 것인가로 고민해야 한다.

이 방법만 잘 활용하더라도 생산성을 5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구소장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그가 말하는 ‘뜨거운’ 경영이다. 구 소장은 “만약 이를 고민할 줄 모르고 무조건 ‘인재를 고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사람이 뭔지 모르는 3류 경영자”라고 역설했다.

신작 <사람에게서 구하라>에서 강조 하고 있는 것 역시 ‘사람을 이해하는 리더’이다. 끊임없는 변혁이 모색되었던 춘추전국시대의 가치관을 서구적 경영 사례와 결합하여 새로운 인간경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깊숙이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경영자가 될 수 없음을 그는 강조한다.

직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구 소장은 직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계속 이 직장에 다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로 고민할 때 연봉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전적인 요건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하는 요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시했다. 다음은 그 자세한 내용.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게 하는 요소’

▲물질적인 것

이는 ‘연봉’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항목이다. 내가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 복리후생이 얼마나 잘되어 있는지를 따져본다. 이것이 적으면 의욕이 상실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만족도가 높아진다 해도 행복에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여기서 지속적으로 5년쯤 일하면 얼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내 영역과 내 세계를 가질 수 있는가로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와 맞는가

내가 이일을 하면서 ‘진정’ 즐길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 이 역시 직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

사람은 직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서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직장인의 하루하루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상사다. 상사를 잘못 만나면 필요이상으로 괴롭다. 상사가 나를 믿어주고 내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주면 최상의 직장이다.

구 소장은 “비전도 없고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사람도 매력이 없는데 급여가 다른 데보다 많다고 해서 머무르는 직장이라면 반드시 언젠가는 떠나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이별로 인생에 어울리는 10가지 풍경을 떠올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구 소장. 그는 개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투자로 ‘물질’ ‘자신’ ‘타인’ 을 꼽았다.

자기 그릇을 아는 리더가 훌륭한 리더

물질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인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에 너무 심취하게 되면 마음이 졸렬해 진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이 매우 높다. 타인에 대한 투자는 ‘고차원적인 투자’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활용해서 기술과 힘을 얻게 되는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구 소장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누구나 노력하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정신적인 마비이고 사기”라며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이 따로 있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남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기 보다는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그것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중요한 인재가 되는 지름길이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리더든 인간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리더는 완벽한 존재”라는 생각은 일종의 환상이다. 훌륭한 리더는 완벽한 리더가 아니라 자신의 그릇을 잘 아는 리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점이 취약한지’를 잘 알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리더는 ‘자신을 평가하는 눈’이 있는 훌륭한 리더다. 직원 역시 좋은 리더를 평가 할 때 ‘결함 없는 리더’를 찾을 것이 아니라 ‘제 그릇을 정확히 평가 하는 리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리더의 부족한 점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리더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 또 리더가 가진 장점이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능력으로 활용 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IBM 근무시절. 스스로의 자질을 평가하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1인 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구 소장. 그는 직장 생활 당시 ‘1년에 한권 씩 책을 낼 수 있는가’ ‘그것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생계를 스스로 책임 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치열하게 고민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때 발표 한 것이 베스트셀러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후 <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떠남과 만남>(2000),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2001),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2001), <일상의 황홀>(2004), <코리아니티 경영>(2005), <공익을 경영하라>(2006) 등을 발표하며 변화경영전문가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현재는 집필과 강연, 개인대학을 운영하며 원하는 삶을 걷고 있다.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어떤 역할에 적합한 사람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라”는 구소장. 그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행복은 모두 분명한 계획 하에 실천한 열정적 노력이 만들어낸 대가이다. 스스로의 그릇을 정확히 측정하라는 그의 조언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이유. ‘획일적 우등’을 기대하는 시대의 모순 때문은 아닌지 돌이켜 볼일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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