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글로 맛보는 요리
[책속 명문장] 글로 맛보는 요리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5.2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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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베 세이코의 <춘정 문어발> 중에서

[북데일리] 다나베 세이코의 <춘정 문어발>(작가정신. 2014)는 음식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단편마다 메인 요리가 등장한다. 얼마나 맛있게 글로 음식을 표현했는지 요리 장면이 나올 때마다 침이 고일 지경이다. 글로 먹는 요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오코노미야키’에 대한 부분이다.

‘철퍽, 하고 가장자리로 밀려 나온 밀가루 반죽이 철판의 열기로 즉시 거품을 내며 구원진다. 밀가루가 타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나고 오코노미야키 겉면은 잘 부쳐져 빛이 날 듯했다. 돼지고기를 갖다 붙이지 않아 기름지지 않은 점도 좋았다. 서너 번 뒤집고 난 후 여자는 걸쭉한 소스를 발랐다. 철판에 흘러 떨어질 정도로 듬뿍 발랐다. 소스가 철판 위로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고 좁은 가게 안은 온통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냄새로 가득 찼다.

봉긋한 오코노미야키는 번쩍번쩍하게 소스를 바른 상태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기에 가쓰오부시를 얇게 저민 꽃 가쓰오가 올려졌다. 손으로 저민 게 아니라서 정말 꽃잎처럼 얇았다. 그것이 오코노미야키의 열기에 흔들려 하늘하늘 살아 있는 듯 춤을 추었다.

양배추가 씹히는 맛이 좋았다. 돼지고기 기름도 적당히 스며있고 파와 생강의 맛도 잘 어울렸다. 더구나 밀가루 맛이 나지 않았다. 밀가루는 오코노미야키의 중요한 소재지만 자신의 존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돼지고기나 파, 양배추, 튀김 부스러기의 그늘 아래 숨어 있어야 한다.’ (143~145쪽,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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