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위대한 캣츠비`의 뮤지컬 작업 `땀방울 송글`
만화 `위대한 캣츠비`의 뮤지컬 작업 `땀방울 송글`
  • 북데일리
  • 승인 2007.03.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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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원작 그린 만화가 강도하

[북데일리] 만화가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고 있다. 영화 ‘타짜’, 드라마 ‘하얀거탑’은 만화가 원작인 대표적인 사례들. 이제는 뮤지컬까지 가세했다. 오는 9일 무대(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 오르는 ‘위대한 캣츠비’는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동명만화를 토대로 했다. 주인공 4명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원작과는 다른, 그만의 ‘지독한’ 색깔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원작을 그린 만화가 강도하(38)는 뮤지컬에 바라는 점을 이같이 밝혔다. 최근 홍대 근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는 ‘원작에서 끝냈어야 한다’는 역비판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리메이크작이 실패하면 원작자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도하는 작년 12월부터 연습장에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실무자들과 진행사항을 체크했다.

“저는 지원사격을 할 뿐이에요. 연출자, 조명감독, 미술감독, 배우... 작품의 주인은 그들이죠.”

작년 여름 기획 단계부터 함께 일했지만 말은 최대한 아꼈다. 만화계에서는 20년 묵은 작가지만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신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연출가 박근형을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많이 배우겠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작가 생각대로 흘러간 모양이다. 결과물은 대만족. 강도하는 “제가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위치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소력 짙은 대사,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내...

‘위대한 캣츠비’는 드라마,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드라마는 올 6월 방영을, 영화는 올 11월 개봉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도하의 다른 작품 ‘로맨스 킬러’ 역시 영화사와 계약을 맺고,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이다.

이처럼 여러 장르에서 러브콜을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언론에서는 ▲심리묘사와 리얼리티가 뛰어나다 ▲색감, 공간 구성이 거의 영화적이란 점을 꼽은 바 있다.

작가는 “독자와 소통 가능한 코드”를 들었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가 타 매체에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세심한 상황 설정, 내면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대사가 돋보인다.

그 뒤에는 작가의 치밀한 노력이 숨어있었다. 먼저 대사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나온 ‘값’이다.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경제적인 문장을 만들기 위해 지우고 쓰기를 반복했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고민하죠. 뺄 건 빼고 집어넣을 건 집어넣고, 앞 뒤 단어를 도치시켜 보기도 하고요. 결국은 산수에요.”

현실감 넘치는 그림은 발로 뛰어 얻어냈다. 배경이 되는 현장을 찾아 사진 촬영을 하고, 분위기를 느꼈다. 천 장을 넘게 찍었지만 작품에 사용한 사진은 고작 십여 장에 불과하다. 사실 카메라에 담은 풍경보다는 실제 경험이 중요하단다.

“제가 직접 땅을 딛고, 그곳 냄새를 맡고... 그렇게 체험한 것들이 작품에 큰 도움이 되죠. 그래서 틈나는 대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매체 사람이든 이 정도 취재는 해요. 내세울 게 못 됩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설정 노하우를 살펴볼 차례. 여기엔 방법이 없다. 감정이입이 최선이다.

“연재 시작하면 잘 시간도 없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인물을 연구하는 등 방대한 자료조사는 꿈도 꿀 수 없죠. 그저 캐릭터에 빠져들 수밖에요.”

‘모범답안’을 내놓은 게 미안했는지 강도하는 “별 재주 없이 그린 거라, 공개할 비법이 없다”는 변명을 보탰다. 그저 안 그리면 못 견딜 것 같아서, 자신에게 당장 필요해서 만든 캐릭터들이라고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강도하의 본명은 강성수다. 1987년 잡지 ‘보물섬’을 통해 데뷔한 그는 온라인으로 매체를 옮기며 이름을 버렸다. 확실하게 변하기 위해서다.

“매체가 없어진다고 해서 작품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함께 동반자살 할 수는 없는 거죠.”

영화부터 음악까지 모든 장르가 온라인으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 오프라인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돼버렸다. 강도하는 “온라인을 거부했던 작가들은 출판만화가 붕괴되면 같이 사장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판시장을 폄하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만화가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권위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몇몇 중견작가의 태도는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오프라인에서 이름을 얻은 작가일수록 온라인에서 활동하지 않으려고 해요. 고료나 대우가 성에 안 차는 거죠. 그들에게는 덧글의 개수로 인기가 가늠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악플을 보면서 ‘내가 왜 저 틈에 껴서 욕을 먹어야 하나. 내가 누군데’라고 생각하겠죠.”

연재주기 역시 온라인 진입의 장애물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주간만화가 ‘지옥’이라고까지 일컬어졌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는 주 2회 연재가 기본이다. 게다가 업데이트가 몇 시간만 늦어도 갖은 욕설이 쏟아진다. 그래도 강도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결국 작가의 존재 이유는 작품에 있는 법이다.

"웹상에 만화를 게재한다는 이유로 온라인 작가라고 불러요. 저는 그냥 만화가에요. 작품활동만 지속할 수 있다면 매체는 중요하지 않죠."

그는 한때 운영했던 웹진 ‘악진’을 통해 세로로 보는 온라인 만화에 적합한 기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매체의 변화에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결국 스크롤을 내려 한 번에 보기에 적당한 길이 등을 창안해냈다.

“사실 기술은 의미가 없어요. 작가가 귀담아들을만한 이야기를 하느냐, 관심 가질만한 내용인가가 작품의 전부죠. 그런데 이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환경도 뒷받침돼야 하니까 그 부분을 고민한 겁니다.”

<위대한 캣츠비>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2004년부터 10개월 동안 인기리에 연재됐고,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돼 2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또 ‘2005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에서는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수상했다.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올 5월 청춘 3부작(‘위대한 캣츠비’ ‘로맨스 킬러’ ‘큐브릭’)의 마지막 ‘큐브릭’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라는 강도하. 책상에서, 현장에서 땀 흘려 작품을 일궈낼 그이기에 독자는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땀의 결정체를 만날 그 날을.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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