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극도의 공포를 묘사한 글
[책속 명문장] 극도의 공포를 묘사한 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4.09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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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정의 『멸종 직전의 우리』중에서

[북데일리] 공포는 칼이나 총 같은 무기가 아닌 분위기에서 극대화된다. 김나정의 <멸종 직전의 우리>(작가정신. 2014)에서는 숲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는 모습이 등장한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순간 거대한 공포에 휩싸인다. 

‘바람이 불을 싣고 숲을 살라갔다. 타들어가는 숲에서 순록과 늑대, 말코손바닥사슴, 불곰과 흑곰, 스라소니가 튀어나왔다. 덫들이 틉틉, 아가리를 다물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발버둥을 친들 발목은 끊어지지 않았다.

 땅에 뿌리를 박은 나무들이 웅성거렸다. 불꽃은 나무를 감싸 하늘로 끌어당겼다. 잎사귀들은 수런수런 몸을 뒤집었다. 줄기 속 수액이 뜨거워지고, 껍질이 툭툭 터졌다. 이글거리는 나무 사이로 아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불길은 숲 바깥쪽으로 밀려나가고, 숲과 하늘의 경계가 울렁거렸다. 나무와 나무 사이, 붉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7,8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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