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문학은 빛과 그늘 사이의...
[책속의 명문장] 문학은 빛과 그늘 사이의...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4.09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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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힐링>중에서

 [북데일리] 박범신의 <힐링>(열림원. 2014)은 그가 논산에서의 3년여 동안의 일상을 쓴 트위터 글들을 재구성해서 만든 책이다.

그는 “문학은 오욕칠정의 기록이다”라며 소설 <은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글쓰기의 고통에 대한 단상을 들려준다.

“은교-롤리타라고? 아니야. 불멸의 꿈에 대해 쓴 거야. 금기를 넘어서는 것. 시간을 넘어서는 것. 감히 죽음과 맞장 뜨며 삶의 유한성을 넘어서고자 하는 것이 참된 에로티시즘이겠지. <은교>의 ‘이적요’는 죽음과 한바탕 피어린 정사를 한 것뿐이야. 아니 시간에게 한바탕 가장 강력한 반란을 한 것뿐이야. 그 기록이야.(중략)

글 안 써지는 날 ‘서지우’의 고통에 즉각 직면한다. 나의 문장들은 오늘, 말할 수 없이 범박하고 상투적이며 동어반복 투성이다. 40년 작가로 살았는데도 이렇다. 글쓰기란 도대체 면역성도 없다. 이럴 때, 책상은 지옥이 된다. 아!

창 너머는 밝고 안쪽은 어둡다. 젊음의 외양은 빛나고 그 내부는 대체로 어둡다. 세상과 내가 조화롭게 합쳐진다면 삶은 안정을 얻는다. 그러나 거의 불가능한 꿈이다. 문학은, 그 빛과 그늘 사이의 거리를 날마다 아프게 확인하는 일이다. 문학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갖는 연민의 소이가 거기 있다. 문학의 길에서 오늘도 고통 받고 있는 그들에게 축복 있기를.” (p.336~p.337)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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