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그림 앞에 관객을 3분 이상 붙잡아 놓으려면 추상화를 그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쉽게 일별하고 지나치는 풍경화나 인물화에 비해 추상화는 그만큼 이해가 어렵다는 말일게다.
관람자의 발을 그림 앞에 오랜 시간 머물게 하는 화가가 있다. 그녀 이름은 바로 이선화. 그런데 정작 그녀는 “현대 미술은 감상자에 의해 완성된다”며, “머리를 이용하지 말고, 가슴으로, 오감으로, 그냥 느끼라”고 주문한다.
“바람의 의미를 묻지 말고 바람을 느끼듯이, 꽃의 의미를 묻지 말고 꽃향기를 맡듯이, 파도의 의미를 묻지 말고 파도에 몸을 맡기듯이, 즐겁게 편안히 천천히.“ (‘초대의 글’에서 인용)
지난 3월 28일 고양시의 대표적인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 회원들이 일산 식사동에 위치한 자이안센터 전시실을 방문했다. 모임의 총무이자 화가인 이선화의 회화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15명 정도의 회원이 모였고, 마침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담당 기자들도 취재를 나왔다.
이날 그녀는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그림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모임과 그림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30호 캔버스(1호가 엽서 1장 크기) 안에 아크릴, 오일, 물감, 커피가루, 돌가루 등 10가지 정도의 재료를 섞어서 화면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녀는 명상을 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에 우연적인 효과를 가미해서 그림으로 표현할 때가 많다고 한다. 아래 작품은 밑 작업을 하다 안 떠올라서 뒤집어 놨다가 다시 꺼내서 작업을 하며 6개월 걸려 완성한 작품이라고.
그간 전문 평론가들의 설명을 접할 때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추상화에 대해 조목조목, 쉽게,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담아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에 장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녀만큼이나 아름답고 에너지 넘치는 그림들을 보며 회원들은 즐거운 봄맞이 나들이를 했다. 그녀의 전시회는 장소를 옮겨 ‘3단지 커뮤니센터 B1층 전시실’에서 4월 6일까지 계속된다.
참고로, 귀가쫑긋은 매월 첫째주 금요일, 7시에 일산 대화역 사과나무치과에서 일반시민들도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정기 강좌를 열고 있다. 또한 매월4주째 금요일에 정회원 모임을 통해 고양시와 주변에서 지역 문화 발전에 힘쓰시는 분을 찾거나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탐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고양지역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고취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