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책상이 침묵이다
[책속 명문장] 책상이 침묵이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31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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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책상> 중에서

좋은 문장을 읽는 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먼저 글을 읽고, 베껴쓰고. 다음엔 단어를 바꾼다. 다음은 시인들의 책상에 대한 책 <시인의 책상>(알에치코리아. 2013) 중 시인 박진성의 <최초의 책상은 어디로 갔을까>의 일부다. 침묵을 다른 말로 바꾸면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침묵. 침묵으로 시작한다. 언어 이전에 침묵이 있었으니까. 모든 언어는 실패한 침묵의 한 형태에 불과하니까.

책상이 침묵이다. 책들이 침묵인 것과 마찬가지 이류로 문장을 읽으려고 문장을 쓰려고 책상에 앉는다. 침묵은 입을 벌리고 나를 삼킨다. 나 아닌 것들도 삼킨다. 글을 쓰는 나를 책상은 기다린다. 나도 책상을 기다린다. 도서관에 배치된 책상들은 침묵이 아니다. 침묵은 오로지 단 한 사람을 그 주인으로 갖는다.

책상은 나무를 호명한다. 나무는 바람을, 바람은 공중을, 공중은 새를 다시 호명할 것이다. 새는 깃털을, 깃털은 가벼움을, 가벼움은 운동하는 발을, 운동하는 발은 강물을, 책상이 떠다닌다. 내 손이 닿았던 책상들이 떠다닌다. 침묵들이 떠다닌다.’ (104,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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