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색을 흡수하고 내포하는 검정
모든 색을 흡수하고 내포하는 검정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1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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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수집 미학』중에서

[북데일리]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수집 미학>(마음산책. 2012)는 사물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수집한 물건에 내포된 의미를 사색한다. 저마다 소중하게 아끼는 물건이 있을 터. 그러나 그 물건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다음은 검정 도자기로 만든 재떨이에 대한 글이다. 단순한 검정이 아닌 모든 대상을 담을 수 있는 색으로 확장이라니 대단하다.

 ‘검정은 모든 색을 흡수하고 내포하는 색이다. 그래서 흑(黑)은 단순한 특정 색채를 지시하기보다는 여러 색의 총체로 일컬어진다. 수묵화는 따라서 검은색으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모든 색채를 지닌 먹색으로 구현된 세계상이다. 먹색이 산이나 나무, 물, 사람, 돌을 그리고 동등하게 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주 자연은 개별적인 색채로 분산될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깔려있다. 이른바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의 불교 인식도 같이한다.

 생각해보면 산이나 나무, 풀, 인간의 몸은 다르면서도 결국 하나다. 인간의 살은 즙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에서 풀과 꽃과 나무가 나고, 다시 꽃과 낙엽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기를 거듭한다. 그렇다면 결국 나는 저 흙이자 나무이고, 꽃이자 풀이고 산일 것이다. 그러니 먹색만으로 모든 대상을 그릴 수 있다.’ (270~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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