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삶, 고독이 필요한 때
번잡한 삶, 고독이 필요한 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11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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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의 즐거움>

 [북데일리] ‘내가 숲에서 살리라 마음먹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봄이 찾아오는 것을 바라보는 기회와 여유를 갖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호수의 얼음이 벌집 꼴을 띄기 시작하면 걸으면서 발뒤꿈치로 바닥을 힘껏 눌러본다. 안개와 비, 따스한 햇살이 서서히 눈을 녹여간다. 해가 부쩍 길어졌다.’ 301쪽

 봄이 오는 길목이다. 소로가 호수의 얼음과 해의 길이를 관찰하듯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이는 몇이나 될까? <고독의 즐거움>(에이지21. 2013)통해 누구나 월든 호수와 소로의 오두막을 상상한다. 최소한의 것들로 영위할 수 있는 검박한 삶에서 그가 얼마나 충만한 생활을 이어나갔는지 말이다.

 소로는 정말 자연에 속한 삶을 살려고 한 것 같다. 그러니 그는 혼자 있었던 게 아니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짧은 문장으로 마주하는 그의 철학은 많은 것을 소유하여 번잡한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지 말이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욕심을 부리고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절망하고 분노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궁극적인 행복을 위한 사고일까?

 ‘인생은 움직임이다. 움직이려 하는 것이 바로 노력이다. 거기에서 도를 넘은 욕망과 게으름은 생길 수 없다.’ 112쪽

 우리에겐 고독의 즐거움이 필요하다. 남들처럼 혹은 남들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의식으로 채워진 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 내밀한 나만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소로는 타인을 의식하여 시류를 따른다는 이유로 삶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할 수 있을까.

 ‘진리는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서 내가 살아간다는 것을 실감하자. 사람들은 태양계 저쪽 먼 곳, 지구에서 가장 먼 별 저편, 혹은 아담 이전의 시대, 인류 최후의 어느 때 어딘가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 속에 진실하고 숭고한 것이 있다는 생각은 옳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과 장소, 기회는 모두 지금 여기에 있다.’ 34~35쪽

 우리는 아름다운 삶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때로 부정한다. 닿을 수 없는 미래의 어느 날의 행복을 위해 순간을 놓치고 있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한다. 소로처럼 숲 속에서 생활하면서 그것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의 글을 통해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면 삶이 주는 더 많은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와 같은 하루가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는지 묻게 만든다. 소로와 같은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더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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