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1.21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심 고리키의 <마부>

 [북데일리] 한 번쯤 생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왜 살고 있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해 파고든다. 100년도 훨씬 전에 쓰인 막심 고리키의 단편집 <마부>(작가정신. 2014)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사는 걸까, 태어난 게 죄란 말처럼 정녕 태어났기에 삶이란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묻는다.

 표제작 <마부>의 주인공 파벨은 해마다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갑자기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마부>는 파벨의 꿈 이야기다. 그러니까 진짜가 아닌 거짓이다. 꿈속에서 파벨은 돈 많은 노파를 죽이고 그 돈으로 위세를 떨치고 시장에 당선된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런 삶을 영위하다 자신의 죄를 세상에 알린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파벨은 안도한다. 막심 고리키는 소설 속 마부의 목소리를 빌려 모든 파벨(나와 당신)에게 인간의 실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인간에 대한 어떤 존경심도 남아 있지 않죠. 서로에 대한 동정심도 없어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돕지 않습니다. 우리는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서로 싸우고, 물어뜯죠. 올바른 분배란 있을 수 없고 사랑도 존재하지 않아요. (…) 가식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더욱더 훌륭한 사람임을 가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어요. 우리 내면에는 그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아요.” 25쪽

 꿈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파벨처럼 삶을 돌아본다. 막심 고리키는 부와 권력을 지녔지만 정신적인 결핍을 채우지 못하는 <환영>의 포마와 <종>의 안티프를 통해 우리네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보여준다. 돈이 아니었다면 아버지로 대우받지 못할 포마, 자신의 명예만 생각하느라 사람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안티프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건 아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고 죄를 짓는 이도 있다. 남편이 죽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창녀가 되어야 하는 <푸른 눈의 여인>, 거리의 부랑자들을 먹이기 위해 구걸을 하는 <아쿨리나 할머니>는 아프고 안타깝다. 인간에게 필요한 사랑, 믿음, 진리, 희망 등에 대한 생각을 재치와 위트로 풀어낸 <지난해>는 흥미롭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삶, 어떤 책임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 무조건 남을 위해 사는 삶 중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이제르길 노파>까지 막심 고리키는 삶을 보여준다. 겨우 100년을 사는 삶, 제대로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만 하는가. 후회가 아닌 만족으로 순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소설 속 <이제르길 노파>의 단호한 목소리가 그 답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나를 살아가는 일이지, 타인의 그것을 살아가는 게 아니기에 말이다.

 “사람들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저울질하며 재기만 하면서 평생을 낭비한다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도둑질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낸 후에야 운명을 한탄하기 시작하지. 운명이란 뭘까? 각자가 자신의 운명이야! ” 218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