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을 이기는 것은 강한 자를 이길 수 있는 더 강한 자가 아니라 다수의 용기다. 폭력을 행하는 자는 자신을 따르는 분위기와 자신의 권력에 의존하여 폭력을 한다. 폭력을 해도 뭐라 하는 이도 없고,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일도 없으니까. 다수의 용기가 그를 몰아낸다면 그는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다수의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일까? 강한 자가 이기는 세상이라면, 당하는 자들은 계속 당하며 살 수밖에 없다. 만약 그중 정의로운 이가 있다고 해도 그게 소수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당하는 자가 한 명 더 느는 것뿐이니까. 답은 간단하다.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내가 당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사람의 용기를 사그러 들게 하고, 정의감을 없앤다.
이런 폭력이 아이들에게 없을 수 없다. 아이들 일이라면 사회의 일들보다 더 간단하고,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무관심을 만들고, 아이들의 폭력을 만든다. 혹여나 아이들 사이의 폭력을 알았다 하더라도, 섣불리 그 일만 해결한답시고 아이들의 상처만 더 크게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다.
또 어른이 아이를 폭력적이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 책 속에서 나온 것처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석이가 그 상처와 울분에서 비롯된 자기 안의 또 다른 폭력을 발견하는 순간은 섬뜩하면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는 폭력에 대응하는 폭력은 과연 정의로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을 단순히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과, 또한 우리 모두가 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일 수 있다는 진중한 고민거리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공감하고 이해할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폭력을 당하던 가하던, 그 때문에 혼란이 오거나 폭력을 없애고 싶다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나 폭력의 세심한 면들을 알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을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