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미루나무
형제 미루나무
  • 설이 시민기자
  • 승인 2014.01.1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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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형제 미루나무>는 형 미루나무, 동생 미루나무의 이야기이다. 키가 큰 형 미루나무와 빼빼 마른 동생 미루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산골 마을 설리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형제는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한없이 구경하거나 지나가는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오래전 마을을 떠난 옛 친구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늙은 버찌나무 한쪽 팔이 잘려 나갔다. 나무를 베이는 게 마냥 남 얘기인 줄 알았던 형제 미루나무는 버찌나무 할아버지의 팔이 잘려 나가자 두려움에 시달린다. 마을 사람들은 미루나무를 베기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을의 ‘끝말랑이 할아버지’가 나무를 베는 데 반대를 하고 나섰다.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나중에는 ‘베려면 나부터 베라’라고 미루나무를 지키고 나섰지만, 결국 미루나무는 잘려 나가고 만다.

형 미루나무가 베이자 사람들은 저마다 웃고 떠들었다. 길이 넓어져서 좋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혼자 살아남은 동생 미루나무가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도 이파리를 팔랑이지 않고, 구름도 머물지 않고, 새들도 오지 않았다. 동생 미루나무의 잎은 점점 메말라 갔다.

동생 미루나무가 스스로 죽어 가자 뭔가 불안해진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 후 어느 날 마을 할머니가 사냥꾼들의 총에 맞아 다리를 영영 못쓰게 되었다. 사람들은 불길한 일이 또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동생 미루나무에게 거름도 주고 물도 주었다. 제사도 지내보았다. 그러나 동생 미루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갈 뿐이었다.

뒤늦은 후회보다 더 슬프고 아쉬운 게 없다. 뭔가 될 것만 같은데, 옛날의 실수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없으면 더 그렇다. 더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한다. 나무를 베면 그 후에 뒤늦은 후회가 온다. 나무가 시들어 가고, 숲이 점점 없어지고, 공기가 나빠져 피해가 직접적으로 올 때 사람들은 ‘내가 왜 나무를 베었을까.’라는 후회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앞서가려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올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모든 일을 다 하고 보는 사람들.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 좋은 것이지만, 지나치면 나중에 엄청난 후회가 밀려올 수 있다.

후회를 조심하자.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하는 게 바로 후회다. 후회가 많이 쌓이면 나를 미워하게 되고 한없이 나를 작게 만든다. 남들과 비교하고, 그게 옛날의 그 일 때문에 그런 줄 알지만 아니다. 그런 생각을 만드는 건 결국 나다. 과거에 실수를 저질렀으면 그 실수를 탓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실수를 메우려고 노력하는 게 더 좋다. 실수를 백 번 만 번 자책해 봐야 얻는 것은 없을뿐더러 점점 나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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