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의 거침없는 일상
십대들의 거침없는 일상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2.28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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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청소년소설집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

 

[북데일리] <추천> 위풍당당 청소년소설집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탐. 2013)는 십 대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집이다. 강 미, 김혜정, 반소희, 은이결, 이경화, 장 미, 정은숙 7명의 작가는 십 대들의 거침없는 일상을 보여준다.

 김혜정의 <유자마들렌>은 실업계 고등학교 관광과에 다니는 지수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찾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지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 모른다. 실업계라 해도 입시를 위한 수행평가와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려 한다. 과학 선생님이 들려주는 아프리카 동물의 세계는 우리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날마다 달리고 또 달려. 사자는 굶어 죽지 않으려고, 톰슨가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달리지. 톰슨가젤은 한 발짝만 앞서 가면 안전하게 쉴 수 있고 사자는 한 발짝 더 쫓아가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 (유자마들렌, 44쪽)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가 전부인 반소희의 <팩트와 판타지> 속 취업반 외계인은 여전히 엄마랑 전쟁 중이다. 취업, 입시로 나눠진 학교생활에서 아직 갈 길을 정하지 못한 구미호는 그런 외계인이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외계인에게 만화는 그저 좋아하는 것이고, 만화가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여덟, 열아홉에 미래를 확신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을 것일까? 외계인의 말처럼 우리네 인생은 끊임없이 변해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맘에 안 드는 그림이 나오면 좋아질 때까지 새로 그리면 된다. 끊임없이 변하는 생각에 따라 내 인생의 좌표도 수정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어떤 지점에 도달할 때가 올 거라 믿는다. 아, 이게 바로 ‘어제의 나보다 더 성숙된 오늘의 나’ 인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다.’ (팩트와 판타지, 94쪽)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깨닫는 은이결의 <두드ing>, 무조건 아이돌을 좋아하는 생각이 없는 팬이 아니라 팬심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장 미의 <내사랑은 에이뿔(A+)>, 아픈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삿짐을 나르느라 학교를 빠지는 유쾌한 정은숙의 <영재는 영재다> 는 실제 십 대의 일상과 가장 많이 닮아 친근하면서도 대견하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텔레비전, 장롱, 피아노를 체크해 가며 견적을 뽑는 것처럼 영재로 무엇이 적성이고 소질인지 이제 알아 가는 중이었다. 어떻게 해야 이름값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영재는 이삿짐센터 일이 좋았다. 그래서 번쩍 에어컨을 들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충분히 맘에 들었다.’ (영재는 영재다, 222쪽)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청소년 인권활동에 대해 다룬 이경화의 <나우>다. 소재도 무척 신선했고 강렬했다. 체벌금지와 두발 자유에 대한 십 대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거리 시위에 참여하고 서명을 받는 이야기는 권위적인 어른들을 향한 외침처럼 들렸다.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스스로 찾아나서는 십 대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우리 삶에 있어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게 만든다. 대학이라는 정해진 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아주 멋진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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