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인문학을 읽는다?
만화로 인문학을 읽는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2.28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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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의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북데일리]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이경. 2013)은 다소 어렵고 딱딱하다고 여기는 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삶을 돌아보는 통로로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것이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개인화된 사회를 현대로 규정한다. 과거에는 국가와 사회를 위한 삶이 주를 이루었지만 근대, 즉 현대화의 사회는 가족이나 개인처럼 소규모의 사회를 위해 집단화된다는 거다. 이러한 현상을 <그렌라간>과 <원피스>를 통해 분명하게 주장한다.

 <원피스>는 내용을 몰라도 제목으로 더 친근한 만화다. 해적왕이 되고자 하는 루피, 최고의 검사를 꿈꾸는 조로, 닥터 히루루크의 우정과 모험을 통해 개인의 행복을 위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한다.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이유를 생각하면 우리 현실이 얼마나 행복과는 먼 거리에 속해있는지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늘 보다 순수하고, 보다 초월해 있고, 보다 자기만의 신념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에는 분명 우리가 감동할 만한 요소가 있고, 우리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인간 정서의 핵심적인 부분이 있고, 인간 삶을 통째로 규정지을 수 있는 강한 언어와 감동이 존재한다.’ (76쪽)

 저자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통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우애를, <충사>에서는 현실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벌레는 다루는 인간이라는 제목<충사>에서 벌레들은 세계 곳곳에 살고 있지만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주인공 강코는 그 존재를 느끼고 그들의 세계를 인식한다. 그것을 만화에서는 벌레로 명했을 뿐이다. 두 세계에 속한 강코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현실적 사회와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인기를 끈 <진격의 거인>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만화는 인간을 먹는 거인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성벽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에렌은 거인과 싸우는 병사로 인류를 구원하는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에린은 성벽 바깥의 세상이 궁금하다. 에렌의 행동을 통해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사회의 이익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키며 더불어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삶을 말한다.

 ‘인간은 ‘마음으로 연계’ 되어 있다. 인간은 타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순간 ‘인간’ 의 존재 의미도 끝이 난다.’ (124쪽)

 이 책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 듯하다. 만화 속 인물들의 용기, 사랑, 열정을 통해 행복을 꿈꾸는 인간 본연의 형상을 말이다. 점점 개인화라는 이름으로 단절되는 세상에 필요한 내면을 충족시킨 아름다운 상상의 결정체가 바로 만화라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잃어버리고 살아온 우정, 꿈, 신념을 찾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게 인문학인지도 모른다.

 ‘삶의 추구란, 바로 우리의 가능성에 열려 있는 것이며, 꿈을 잊지 않는 것이고, 매일 마주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것이며, 이 순간의 소중함으로부터 내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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