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엔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결혼엔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2.26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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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의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북데일리] 우리 삶에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럼에도 우리의 내부는 여전히 사랑을 열망한다. 때문에 사랑에 대한 정의나 문학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무무의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책읽는수요일. 2013)도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구슬 같은 글로 엮인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수많은 사연들은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연인과 헤어져야만 하는 안타까운 사랑, 오랜 시간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사랑, 뜨겁게 타올랐지만 금세 식어버린 사랑,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사랑, 거절당할까 두려워 고백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사랑, 사랑에 속한 삶은 때로 아프고 때로 눈부시다. 무무가 빚은 사랑의 구절은 아름답다.

 ‘사랑이란 오직 사랑을 하면서 배울 수밖에 없는 것.(80쪽)사랑이란 사랑은 영원할 것이라는 예언과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예감 사이의 투쟁. (84쪽)사랑이란 일상적인 것 너머로 나를 데려다 주는 것. 이름조차 없었을 순간들을 빛나게 해주는 것.’(168쪽)

 사랑이라고 해서 항상 행복한 열매를 맺는 건 아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구속하는 사랑, 내면이 아닌 외면을 보는 사랑은 결국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는 진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어디 사랑뿐인가. 결혼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떠난 연인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섣불리 결정한 결혼이 어떻게 파국을 맞는지, 배우자에 대한 신의를 저버렸을 때 어떤 비참한 결과와 마주하는지 알려준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보석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잘 닦아야 빛을 잃지 않고 반짝일 수 있다는 말이다.

 ‘결혼은 욕구와 감정의 결합이다. 그래서 결혼엔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넘치는 욕구를 적당히 덜어내 비울 수 있는 쓰레기통이, 그리고 금고도 필요하다. 감정이 낭비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혹은 감정의 과잉으로 서로를 피곤하게 하지 않도록 아껴 둘 수 있는 금고가.’ 146쪽

 그럼, 사랑을 잃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무는 사랑을 다시 찾으라고 말한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사랑은 타인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견디는 방법을 찾고 다시 사랑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무가 전하는 메시지는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된 건 아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고 포옹하는 사랑,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내놓고 희생하는 부모의 끝없는 사랑, 실패와 좌절로 무너지는 인생을 감싸는 사랑도 있다.

 우리가 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지 책장을 넘기는 손끝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한 사랑의 표현을 이 책을 통해 전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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