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을 위한 감성 소설집
중학생을 위한 감성 소설집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2.1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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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 기념 소설집 '파란 아이'

[북데일리] <파란 아이>(2013. 창비)는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 기념 소설집이다. 공선옥, 구병모, 김려령, 배명훈, 이현, 전성태, 최나미 등 7명의 작가가 중학생을 위한 소설로, 사춘기의 고유한 감성을 잘 풀어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표제작 김려령의 <파란 아이>는 입술이 파래 파란 아이로 불리며 죽은 누나의 이름인 선우로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죽은 딸을 잊지 못해 소년을 딸처럼 키운다. 마치 누나의 혼령이 쓰인 듯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다. 누나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이고, 중학생이 되었지만 위험한 곳은 피하며 모든 일에 조심을 한다. 그런 며느리와 반대로 할머니는 방학마다 시골로 불러 활달한 남자아이로 만든다. 선우 대신 은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누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선우와 은결이 아닌 은우로 짓는다. 더 이상 어른들에 의해 인형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 전해진다.

 이현의 <고양의 날>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는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시기를 스스로 독립해야 하는 때로 본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에게 고양이만의 세상을 보여주고 자신에게서 떼어놓는 과정을 담았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중학생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잘 표현한 소설이다.

 ‘떠나려면 두렵고, 남으려면 아쉬웠다. 차라리 어미가 무어라고 일러 주기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어미는 코끝으로 잿빛 고양이의 빰을 톡 치고서 말했다. ―하얀 고양이가 돌아오려면 며칠 걸릴 테니, 그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해. 난 다만 떠나기 전에 너에게 고양이의 눈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야. 그것으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준 거다. 결정은 네가 해야지.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잊지 마라. 넌, 고양이다.’ 145쪽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전성태의 <졸업>은 청소년뿐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아주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댐으로 인해 수몰된 고향을 떠나 와 곧 산업체 고등학교를 진학을 하려는 소녀를 짝사랑하는 주인공 나는 열여섯이다. 졸업과 동시에 곧 어디론가 떠나야 할 아이들의 마음과 첫사랑이라는 떨림이 잘 버무린 소설이다.

 “나는 언젠가 십 대와 결별할 거고, 고향을 떠날 거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곳이 돌아갈 수 없는 곳인 줄은 몰랐어.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갖는다는 게 크나큰 상실이라는 걸 미처 몰랐어. 그리고 서둘러 마음을 접었지.” 160쪽

 최나미의 <덩어리>은 현재 중학생의 모습을 가장 실감 나게 그린 소설이다. 남녀 공학 중학교에 유일하게 여자 반인 1학년 7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시판에 학급 공동 사용비인 지각비로 이자 놀이를 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아이들은 서로를 폭로한다.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그 안에 속한 아이들과 밖의 아이들의 간극은 깊어간다. 친구를 이해하려는 마음 대신 무조건 편을 가르는 열네 살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추한 어른들의 모습을 축소한 듯 보인다.

 중학생은 모든 게 불만인 시절이기도 하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고 친구와도 갈등이 생기며 생각은 많아진다. 그러나 열네 살, 열다섯, 열여섯은 다 다르다. <파란 아이>는 아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의미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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