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 감독 '영화를 하게 된 사연'
이장호 감독 '영화를 하게 된 사연'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3.12.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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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 출간

[북데일리] <별들의 고향> 이장호 감독의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장호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작가. 2013)는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수업 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감독의 개인적인 삶부터 한국영화의 역사의 단면을 두루 엿볼 수 있다. 이 중 이장호 감독이 영화를 하게 된 사연을 밝힌 대목이 흥미로와 옮긴다.

<포스트잇>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는 영화검열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공보처, 지금은 문광부가 되는데 그 당시엔 공보처에요. 아이러니컬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검열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당시 미국에 매카시 광풍이 불 때 채플린이 사회주의자다, 해서 이승만 정권에서 채플린 영화를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았을 때거든요. 우리 아버진 채플린을 좋아하니까 채플린 영화 검열을 하면서 가족들을 다 데려가서 보고 그랬는데, 나는 그 전에 이미 어렸을 때 수많은 흑백 영화를 이런 시사실에서 아버지가 검열하실 때 무릎에 앉아서 봤던 기억이 나요.

영화라는 것은 나한테 어떻게 보면 너무 익숙한 것이었고, 우리 집에는 6. 25 전에 늘 필름이 돌아다녔는데, 필름을 이렇게 끝없이 펼쳐보게 되잖아요. 보면 똑같은 모양이 그 안에 담겨 있어서 참 지루하다고, 자꾸자꾸 풀어보잖아요. 변화가 있나 없나.

어렸을 때 그런 기억이 있고, 좀 커서는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시나리오들이 집에 굴러다녔어요. 우리 아버지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수입하기도 했는데, 그런 필름들을 말하자면 적군이 쳐들어오면서 우리 아버진 그걸 숨겨야 했어요. 왜 숨겨야 했는진 모르지만 많은 필름들을 마당에다 쌓아놓으니까 엄청났다고. 그 당시에 샐룰로이드필름은 성냥을 탁 그어서 붙여놓으면 폭발하듯이 ‘펑!’하고 터지면서 일제히 불에 타버리거든요.

뭐 그런 기억들 저런 기억들이 있는데, 영화감독이 된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일상에서 느꼈던 건지 그러다가 아버지가 어 영화 해봐라, 그런 것이 영화배우를 해보라는 것이었지 영화감독은 아니었거든요. 그런 인연으로 영화를 하게 됐습니다. 좀 장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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