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꽃을 불러 모은 책
자연의 꽃을 불러 모은 책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2.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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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태완의 <꽃, 마주치다>

[북데일리] 계절마다 꽃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꽃마다 꽃말이 있듯 꽃과 나무에게도 그만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저마다 꽃들이 간직한 사연을 듣는 일은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꽃 인문학자 기태완의 <꽃, 마주치다>(푸른지식. 2013)는 인동초, 봉숭아, 패랭이, 능소화, 맨드라미 등 주변의 흔한 꽃 이름의 유래와 꽃에 따라 전해지는 전설을 옛 시와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옛 시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겠거니 싶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의 꽃을 보고 감탄하는 시, 아름다운 여인에 꽃을 비유한 시, 특별히 아끼는 꽃에 대한 애정을 표한 시다. 저자는 친절하게 한문으로 쓰인 옛 시에 대한 해설도 잊지 않았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난을 치거나 대죽을 화폭에 담은 것처럼 옛 선조들이 꽃을 그림으로 그렸다.

 주변하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지만 정작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여 이 책은 잘못 알려진 꽃의 이름을 제대로 알도록 도와준다. 작약과 모란, 수국과 불두화 처럼 모양새가 비슷한 꽃, 오얏(자두나무)과 복숭아처럼 함께 보면 더 좋을 꽃, 밤이 되면 서로 합쳐지고 낮이 되면 부채처럼 활짝 펴져 귀신 나무라 하여 자귀나무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나무와 꽃의 성질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봉황의 모습을 닮아 봉황의 봉으로 지은 봉숭아, 수로부인이 반한 철쭉꽃, 종묘에 제수로 올린 앵두, 직녀의 눈물이 변한 나팔꽃, 고려의 사찰에서 재배했다는 바나나나무 등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좋아하는 꽃이 가진 사연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내게는 작약과 수국이 그러했다. 작약은 남녀가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건네 마음을 표시하는 역할과 동시에 이별을 할 때 전하기도 했다니 놀랍다. 마주할 때마다 어떤 슬픔으로 아릿할 것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마당 끝에 커다란 등처럼 피었던 수국의 이름이 수를 놓은 둥근 꽃처럼 피는 꽃이란 뜻이라니, 정말 완벽한 작명이다.

 꽃을 싫어하는 이는 있을까? 다만 흔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칠 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정확한 이름을 불러줬을 때 꽃은 더 빛날 터. 행복한 꽃을 바라볼 때 기쁨이 배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꽃을 좋아하거나 집 안에 화초를 키우는 일을 즐기는 이라면 귀한 선물이 될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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