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모르는 것을 ‘자랑’하다?
하루키, 모르는 것을 ‘자랑’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1.14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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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이런 일이]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중에서

 [북데일리] 우리는 일반적으로 작가라면, 다종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비채. 2013)에서 스스로 작가가 된 기쁨을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느낀다고 말한다.

 ‘소설을 한 편 완성하여 편집부에 넘기면 담당 편집자가 원고를 체크한다. 그때 지적하는 것은 대체로 어휘의 그릇된 사용과 내용상의 오류인데, 그 체크된 교정지를 보면 자신이 얼마나 세계의 사상事象에 대해 무지했는지, 얼마나 엉성하고 부정확한 지식을 갖고 살아왔는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자랑하듯 ‘모릅니다’를 선언하는 나지만 개중에는 몹시 부끄러워지는 실수도 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세상의 지식이나 정보를 일일이 성실하게 머리에 넣어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바빠서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침을 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나도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 조금이라도 많은 지식을 익히고 싶어서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한 적도 있다. 그런 무모한 짓을 잘도 했구나 싶지만, 당시는 지식욕이 넘치는 순수한 소년이었던 것이다. (중략)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의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62, 6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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