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이윤기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중에서
[북데일리] 잘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자책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앞이 깜깜하다는 말을 쓴다. 깜깜한 어둠만 보이는 상황,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글쓰기도 마찬가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좌절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번역가, 소설가로 잘 알려진 고 이윤기가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웅진지식하우스. 2013)에서 그 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둠만 보인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가 아니지요. 어둠을 ‘볼 수 있는’ 상태인 것이지요. 어둠, 어둠 하다 보니까, 어둠이 눈에 익으니까 어둠 저쪽에 바늘구멍만 한 데로 들어오는 빛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언어는 아직 창같이 날지 못하니 내가 달려갑니다. 그 어둠의 벽을 지나면 밝은 세계가 보이겠지요.
하지만 그 밝은 세계 역시 어둠의 벽을 틀림없이 내장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중층重層의 세계를 향해 갑니다. 작가는 야전군인이에요. 야전군인은 마땅히 열병식장이 아닌, 전방에 있어야지요. 옛날의 작가들도 거기에만 희망이 있는 줄 알고 줄곧 그래왔어요. 지금의 작가가 옛날 작가와 똑같지 다를 게 뭐 있어요? 없어요.’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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