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쓴 청소년 소설
고등학생이 쓴 청소년 소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1.06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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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최서경의 <아는 척>

[북데일리] 청소년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괜찮은 어른이 아니라 같은 또래일 뿐이다. 제3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아는 척>(2013. 문학동네)의 작가가 바로 그렇다. 고등학생이 쓴 소설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옮겼다. 객관적인 시선이 아닌 같은 또래의 그것으로 묘사했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소설 속 주인공 박, 윤, 강은 고등학교 3학년인 여고생이다. 수능을 앞둔 입시생이다. 윤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으로 소위 모범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부모님과 심각한 갈등 중이다. 박은 지각 대장으로 아이들은 노는 애로 취급한다. 강은 지속적인 가정 폭력과 왕따의 피해자로 그림을 잘 그린다. 셋은 아주 친한 사이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아이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세 명의 아이들이 화자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3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수시를 두고 상담하는 교사와 아이들로 복잡한 교무실, 사각지대에서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편견을 갖고 대하는 선생님의 안일한 태도, 부모라는 권위를 내세워 아이를 몰아세우는 부모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윤은 늦은 사춘기를 앓고 있었다. 성적과 대학으로 인생을 결정하려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왜곡하며 은근히 강요하는 담임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신 후 박은 거의 혼자 지낸다. 엄마는 항상 바쁘기 때문이다. 박은 엄마의 관심, 아니 간섭이 필요했다. 반대로 강은 무관심을 원했다. 괴롭힘은 괜찮았다. 그 사실이 부모에게 알려져 가해지는 폭력이 더 무서웠다. 그림만이 강을 해방시켰다.

 셋은 자신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학교와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그 사건으로 셋은 학교에서 유명 인사가 된다. 하지만 그게 다다. 작가 최서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렇다. 속상하고 화가 나는 감정, 자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는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그냥 열아홉의 이야기. 모든 열아홉이 읽고 그 진심을 나눠야 할 책이다.

 ‘우리는 열아홉이다. 젊다고 하기엔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축축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엔 누려 보지 못한 세상이 너무나 넓었고, 세상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나이였다. 누가 뭐라든 우리는 열아홉이다. 어리석은 열아홉도, 철없는 열아홉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아홉도 아닌 그냥 열아홉.’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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