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빛난 '음악의 아웃라이어'
그늘에서 빛난 '음악의 아웃라이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0.29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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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입문서로 충분 <마이너리티 클래식>

 [북데일리] <추천> 클래식 애호가라면 반가울 책이 나왔다. 알려진 음악가 아니라 말 그대로 비주류의 예술가들의 이야기 <마이너리티 클래식>(현암사. 2013)가 그것이다. 저자 이영진은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현악기 연주자로 나누어 마흔아홉 명의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각각의 생애를 돌아보고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준 음악가를 짚어준다.

 마흔아홉 명의 음악가는 저마다 힘겨운 삶을 살았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를 둔 알란 페테르손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독학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네 차례 낙방 끝에 스톡홀름 왕립음악원에 입학하여 작곡을 공부한다. 하지만 작곡만 전념하라는 순간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리고 만다. 음악이 전부였던 그에게 생은 정말 가혹하다.

 “나의 작품을 형성하는 음악의 질료는 바로 축복하고 저주받았던 나 자신의 인생입니다. 나의 영혼이 한때 불렀던 노래를 돌이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107쪽 (작곡가, 알란 페테르손 중에서)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악기를 연주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거나 전쟁(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애국과 이념 때문을 지키기 위해 예술을 나래를 접어야 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외에도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한 절망은 얼마나 컸을까. 그리스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유학한 미트로풀로스가 그렇다. 자신의 콘서트를 보고 충격과 감동을 받아 찾아와 제자가 된 번스타인은 미트로폴로스에 대한 거짓 추문으로 그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뿐 아니라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는 독실한 신앙 때문에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해임된다.

 음악이 있어야만 음악가는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명예와 인기는 어떤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일부나 다름없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삶,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나는 내 능력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해 연주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어서 연주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연주하는 것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422쪽 (바이올리니스트, 앨버트 스폴딩 중에서)

 클래식은 여전히 멀다. 저자는 그것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세상이 기억하지 못하는 낯선 거장을 향한 무한 애정이 전해지는 책이다. 그들의 음악이 영원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흔아홉 명의 작품을 음반을 추천하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중 속으로 스며들도록 말이다. 몸으로 기억한 음악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이란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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