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0.28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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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가득한 세상 묘사한 박범신의 <비즈니스>

 

 [북데일리] 인간은 누구나 욕망의 존재다. 그 욕망을 얼마나 잘 다스리며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화려한 신도시의 편리한 생활과 쓰레기 가득한 변두리의 구도시 중 하나를 택하라면 구도시를 택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화려함으로 위장한 실체를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박범신은 『비즈니스』(2010. 자음과모음)를 통해 그런 질문을 던진다. 욕망이 가득한 세상,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묻는 것이다.

 소설은 서해안에 위치한 ㅁ시가 거대한 자본의 유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따라 달라지는 도시의 삶을 이야기한다. 해안도로를 경계로 도시는 나눠진다. 권력과 자본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신도시와 구도시는 빛과 그림자였다. 사람들은 빛만 보려 한다. 그에 따른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짐짓 모른 척한다. 사람들은 모두 신도시를 향한다. 어떻게 해서든 신도시에 입성해야 성공한 삶이었다.

 ‘쓰레기차들이 해안도로를 따라 쏜살같이 지날 때 구시가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이 오로지 신시가지 사람들의 쾌적한 문화생활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비로소 소스라친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20분간의 그 이동은 공간 이동이라기보다 시간 이동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14~15쪽)

 주인공 ‘나’와 준하는 그림자에 속한 삶이다. 높은 빌딩숲이 아닌 쓰레기가 가득한 오염된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이다. 아들의 학원비를 위해 몸을 파는 ‘나’ 구도시의 동백횟집을 지키고자 도둑이 된 준하를 고객으로 만난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단순한 관계일 뿐이다. 그러나 서로의 아픔을 알아 본 운명이었을까. 새로이 시작된 ‘나’와 그의 관계는 점점 긴밀해진다.

 형사였던 준하는 동료들의 함정에 빠져 모든 것을 내려놓고 ㅁ 시로 내려온다. 선거 활동으로 시장을 도왔고 동백횟집을 차렸지만 신도시로 인한 매립지구로 인해 빚더미에 오른다. ‘나’는 고시공부 하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이었지만 결과는 남편의 고향인 ㅁ시였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으나 신도시의 등장으로 삶은 점점 피폐해졌다. 아들에게만은 이 생활을 절대로 물려줄 수 없었기에 ‘나’는 몸을 팔았고, 엄마의 죽음으로 자폐 증상이 심해진 아들 여름을 위해 준하는 신도시 부자들의 집을 턴다.

 ‘나’와 그가 그림자였다면, 나의 친구 신도시에 사는 주리와 그 도시를 만든 시장은 빛이라 해야 할까. ‘나’에게 일을 소개해 준 것도 일찍이 삶은 ‘비지니스’라는 걸 알았던 주리였다. 부와 명예만이 이 시대를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위해선 구도시의 삶은 어디에도 없었고, 모든 것이 그에겐 도구일 뿐이다.

 어느 쪽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해야 할까. 소설은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 속해 살고 있는지 묻는다. 행복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메아리로 돌아오는 질문들, 삶이라는 게 이토록 씁쓸하고 허망한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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