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서 아픈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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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0.14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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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원쉬엔의 <사춘기>

 

 [북데일리] 수줍은 소년의 모습, 춤추는 물고기. 노란빛의 수채화를 떠올리는 표지는 <사춘기>(푸른숲. 2007)라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뜀틀을 넘듯 한 번에 넘어가는 아이가 있을까? 이유도 모른 채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오고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는 그 시절. 이성에 대한 호기심, 어른들에 대한 반항, 어른으로 달려가고 싶은 그 때를 떠올린다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이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중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문화대혁명의 일환으로 지식청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들이 들어오며 벌어진 이야기다. 자신보다 불과 몇 살 더 먹은 어여쁜 누나와의 만남은 주인공 시미에게 처음 느끼는 설렘이다. 자신의 집에서 밥을 먹고 생활한다니 얼마나 좋은지 시미는 자신만이 아는 비밀풍경을 보여주고 싶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갈대들이 제철을 만나 꽃을 피우고,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졌다. 보드랍고 큼직한 갈대꽃은 그야말로 끝없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달빛이 닿는 곳마다 눈송이가 보였다. 달빛이 밝아질수록 눈송이도 밝아져 솜 같은 갈대꽃이 눈이 오듯 하늘하늘 흩날렸다.’ 76쪽

 이렇게 예쁜 마음을 담은 시미는 조각에 뛰어나 재능이 있었지만 그 재능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학교 교장선생님인 아빠도 그저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아이이기를 바랬다. 메이원은 시미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다. 시미를 통해 자신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조각하는 재료는 나무였지만, 메이원이 조각하는 재료는 시미였다. 시미가 나무를 보면 손이 근질거려 참지 못하는 것처럼, 메이원도 시미를 볼 때마다 더욱 발전시키고 싶은 열망이 강하게 일었다. 메이원은 자신을 믿고, 또한 시미를 믿었다.’ 134쪽

 시미에게 메이원의 지도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강가의 마을에서 자란 시미는 그 자체가 물고기였다. 물속에서 자유로이 수영하듯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조각을 하고 싶었다. 시미는 갑작스런 부모님의 사고소식에 아파하는 메이원을 위해 황금물고기를 잡고 메이원을 놀리는 아이와 싸운다.

 사랑으로 불리면 부서질 것만 같은 감정들을 사춘기라는 제목에 맞게 예쁘게 그린 소설이다. 작가 차오원쉬엔은 그것을 봄, 여름 , 가을 , 겨울의 시간 흐름을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으로 황홀하게 묘사한다. 명치끝 통증으로 사춘기를 겪을 아이들에게 잔잔한 손을 내밀어 주는 매우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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