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사랑을 배우다
고전으로 사랑을 배우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9.26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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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은의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북데일리] 사랑,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까? 책으로 사랑을 배우는 건 어리석다 하겠지만 경험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소설보다 더 좋은 교과서는 없을 것이다. 한귀은의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2013. 한빛비즈) 는 바로 그런 책이다. 20편의 고전을 통해 사랑의 기술을 소개한다. 저자는 그들의 사랑을 ‘나’ 와, ‘너’ 가 아닌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독자에게 설명한다. 시대가 다르지만 사랑을 향한 기대는 같기 때문에 서서히 책 속으로 빠져든다.

 사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첫사랑이 아닐까. 저자 역시 이 책을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으로 시작한다. 나만의 그(그녀)를 잊지 못한 마음, 사랑이 시작되면서 바보가 되고 사랑이 끝난 후 조금은 성숙해지는 게 첫사랑인지도 모른다. 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이라 해도 아름답게 간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조건은 무엇일까. 잘 생긴 외모, 뛰어난 능력, 다정한 목소리, 그 모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네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면서 ‘그 사람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단지 그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기 쉽다. 즉 그 사람의 얼굴이 좋아서, 그 사람의 자태가 멋있어서, 그 사람의 걸음걸이가 외로워 보여서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 생각, 그 사람의 어린 시절과 미래에 늙어가면서 겪게 될 일들까지 사랑한다는 뜻이다.’ 77쪽

 사랑을 하면서 행복을 꿈꾸지 않는 이가 있을까? 고통이 전개될 거라는 알면서도 사랑을 놓지 못한다. 연애 고전으로 익숙한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순수의 시대》보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 마음이 기우는 이유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읽지 못한 다른 고전보다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건 저자의 이런 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나는 사랑하는 남자의 삶을 다 가지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남자’ 가 아니라 ‘남자의 삶’ 이라고 했다. 니나에겐 언제나 삶이 중요했다. 자신이 개입할 수 없고 어찌하지 못하는 남자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슈타인이 어떻게 하지 못했듯이, 남자도 그랬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251쪽

 사랑하는 연인의 삶 전부를 갖기를 원하지 않는 사랑은 얼마나 서글픈가. 그러니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사랑이 안타까운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방법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한 사람만을 향한 사랑의 크기는 같지 않을까. 어쩌면 데이지와 개츠비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았다면 우리는 개츠비를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츠비가 바라보던 데이지의 집 ‘초록 불빛’ 도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사랑에 대한 희망도 과거에 이루지 못한 그 무언가에 들어 있다. 우리는 과거로 향한 희망의 불빛을 응시하는 또 한 명의 개츠비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워 말고, 그 야성의 남자를. 당신의 그 개츠비는 오로지 당신만을 죽도록 사랑할 것이다.’ 270쪽

 이쯤에서 사랑의 그늘에 속한 당신에게 묻는다.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왜 늘 외로운 것일까. 깊은 밤 잠든 가족을 바라보면서 가슴 한 쪽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면 페터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속 마리안느를 아는 사람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다 알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언제나 미지의 존재다. 우리가 자기 연인을, 혹은 배우자를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언제나 실패한다. 만약 그/그녀가 그토록 쉽게 파악되는 빤한 사람이라면 우리가 그/그녀를 사랑했겠는가. ‘나는 그/그녀를 모른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그녀를 사랑한다’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사랑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명제가 아닐까.’ 366쪽

 한 번쯤 읽어본 고전이거나 낯선 고전 속에서 마주한 사랑은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남는다. 사랑이라는 건 우리 생에 주어진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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