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가는 '스피노자 철학'
공감가는 '스피노자 철학'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9.26 15: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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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자르 토마스의『비참할 땐 스피노자』

  [북데일리] 스피노자는 17세기 철학자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란 명언으로 유명하다. 발타자르 토마스의 <비참할 땐 스피노자>(2013. 자음과모음)은 스피노자 철학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책은 진단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 내다보기로 나뉘어 우리의 삶을 통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삶을 지배한다고 믿는 모든 감정들(슬픔, 기쁨, 절망, 두려움, 결핍 등)에 대한 해석은 쉽고 명확하다. 그 모든 것이 스피노자의 철학에 기반을 두었다는 걸 알지만 저자의 해설은 탁월하다.

 ‘욕망할 때 우리는 다른 것을 원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도 결국 우리 자신이 다른 것이 되기를 원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욕망은 다른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 이미 그것인 것으로 존재하기를 원한다고 스피노자는 가르친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인 존재, 간단히 말해 양보 없이 우리 자신인 존재이다.’ 40쪽

 욕망에 대한 글은 이런 질문을 유도한다. 내가 원하는 게 어떤 대상인지, 그 대상으로 인해 나란 존재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말이다. ‘욕망은 곧 나’라는 말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욕망’ 대신에 물질이나 명예, 사랑을 넣는다면 달라진다. 이처럼 이 책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스피노자는 어떤 사람일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에티카』 의 명제들을 보면 정말 위대한 사상가가 맞는 듯하다. 죽음을 염두하고 살아가는 이는 없겠지만 삶이라는 게 죽음을 향한 여행이라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철학이라는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인 것이다.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오직 삶에 대해 성찰한다.” ( 『에티카』 4부, 명제 67 - 135쪽 재인용)

 이런 명제는 감탄 그 자체다. “우리가 개개의 사물의 독특성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수록 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인식하게 된다.” ( 『에티카』 5부, 명제 24 - 237쪽 재인용)

 개개의 사물의 독특성이라는 건, 고유한 존재를 인정하는 말이 아닐까. 어떤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어떤 기대나 실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신이 인간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하면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복(至福)을 경험하는 게 아닐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부분에서 전체를 본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늘려갈수록 신, 즉 우주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진다. 개개의 사물은 그 자신의 조화로움 안에서 우주의 신성을 표현하는 소우주이다. 신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생각해왔듯이 저 높은 하늘의 구름 뒤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우리 손바닥 안 혹은 우리 눈 바로 앞에 존재한다.’ 238쪽

 이 책은 스피노자를 몰라도 충분히 유용하다. 어려운 전문 철학 용어가 등장하지 않아 편안하게 읽힌다. 색다른 시선으로 우리가 몰랐던 감정과 욕망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피노자가 정의 내린 사랑, 악, 신에 대해 속박되지 않은 채 읽어도 좋다는 말이다. 그만큼 스피노자의 철학이 대단한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부딪히는 수많은 정서와 질문들에 대해 스피노자는 현명한 답을 알려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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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의책장 2015-05-11 04:32:22
기자님, '염두하다'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