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몸은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9.24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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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김선희의 <더 빨강> 중에서

[북데일리] 글쓰기의 소재 중 우리 몸은 단연 최고가 아닐까 한다.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고 성장과 퇴화의 기록은 그 자체로도 무한의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 사고로 쉰일곱 살이 아니라 일곱 살의 정신 연령을 가진 아버지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청소년 소설 <더 빨강>(2013. 사계절) 에서도 그런 감동과 마주한다.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어머니,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고 싶게 만든다. 

 ‘아버지가 몸을 돌렸다. 등에는 거무튀튀한 반점과 여드름,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특히 어깨 쪽은 무거운 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차돌처럼 단단했고, 상처도 있었다.

사람의 몸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 주는 정확한 도화지 같다. 평생 막일을 했던 아버지의 몸은 눈물겹도록 투박하다. 나무토막처럼 두텁고 갈라진 손가락, 억센 근육이 자리 잡은 팔뚝, 여러 종류의 상처가 훈장처럼 박혀 있는 어깨와 등, 말 근육처럼 튼실한 허벅지, 그리고 단 한 번도 펴 본 적 없는 미간의 주름살, 반쯤 센 머리카락으로 덮인 납작한 머리.’ 5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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