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가장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는 곳>, <웃기도 울기도 하는, 여러 감정을 만나는 곳>, <잊었지만 기억하기 위해, 한 번 더 돌아보는 곳>,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만드는, 순간을 마주하는 곳> 네 가지 테마로 누군가와 함께 머물렀던 공간을 이야기한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시작으로 노래방, 영화관, 서점, 포창마차, 비디오 가게, 공원, 헌책방, 뷔페처럼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은 익숙하게 다가온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눈을 마주하고 감정을 나눴던 공간이 사진첩으로 펼쳐진다.
‘연습실에서만큼은 끝이 가장 멋져 보였다. 하나의 시점을 정해두고 그날에만 몰두하여 모든 이성과 감성을 뽑아내는 것, 끝이라는 단어를 가장 가까운 목표로 삼고 넘어지고 울더라도 끝까지 해보는 것, 바로 연습생 친구들이 보여준 모습이다. 끝이라는 것이 그들의 목표일 테고 그들은 그 누구보다 그날을 기다릴 것이고 결국 그들에게 그날은 열릴 것이다.’ (184쪽, 연습실 중에서)
추억을 묻어 두고 만남과 이별을 가만히 지켜봐준 공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이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듯 장소도 그러하다. 아팠던 기억보다는 좋았던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알고 있는 공간이 있을까. 도서관, 독서실을 떠올리다 책에서 만난 산후조리원, 응급실 앞, 막차, 새벽시장을 생각한다. 정말 고마운 공간이 아닌가. 처음으로 아이를 만난 엄마의 감격스러운 마음을 아는, 무섭고 두려운 상황을 거둬줄 거라 믿고 달려가는 그곳이 참 고맙다.
‘우리에겐 시시때때 많은 일이 찾아온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당황스러운 일도 모두. 갑자기 찾아오는 일의 색깔에 따라 갑자기 와서 고마울 수도,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응급이라는 공통점으로 본다면 똑같은 것이다. 다만, 응급으로 왔을 때 조금 더 바쁘지 않기 위한 마음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226쪽, 응급실 앞 중에서)
어떤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만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곳이라면 말이다. 저마다의 그곳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아릿한 통증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