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행복 찾기
헌책방에서 행복 찾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9.1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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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이어진 다양한 삶

 [북데일리]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2013. 책세상)은 저자인 웬디와 남편 잭의 책방 운영기다. 두 마리의 개와 두 마리의 고양이까지 모두 여섯 명의 가족이라는 말이 맞겠다. 그렇다. 이 책은 헌책방 도전기이자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 웬디와 잭은 빅스톤갭에 책방을 내기로 결정한다. 빅스톤갭의 소비 성향이나 경제 규모와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는 전여 없었다. 그저 책이 좋아서, 빅스톤캡이 좋아서 시작한다. 1층에 헌책방을 내고 2층에 거주한다는 생각으로 잭은 직접 책장을 만들고 자신들의 서재에서 책을 골라낸다.

 작은 마을에서 외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부부는 굴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방을 홍보한다. 언제나 그렇듯 진심은 통하는 법. 사람들은 웬디와 잭에게 마음을 열었고 책방은 금세 빅스톤갭의 사랑방으로 자리한다. 헌책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예상했듯 책으로 이어진 누군가의 삶이었다. 헌책방으로 들어오는 책마다 사연이 있듯 방문객도 그러했다. 무조건 책을 팔기로 작정한 사람, 헌책에서 추억을 찾는 사람, 떠난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치르기 위해 남겨진 책을 가져오는 사람, 그저 책을 구경하고 차를 마시고 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가족을 죽음으로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담긴 상자를 열어보는 일은 아무리 좋아봐야 사람을 겸허하게 만드는 정도라서, 그래서 이사를 하거나 떠나간 사람의 책장을 정리하는 사람은 기분이 가라앉게 마련이다. 남겨진 이들이 가져오는 상자는 많은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책꽂이 인류학은 복잡한 학문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집 서재를 조사해보면 된다. 한 인간의 소장 도서들을 보면 그 사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여정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뇌수술만큼이나 누군가의 은밀한 공간을 침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솔직히 낯선 사람에 대해 그렇게 속속들이 아는 것도 마음 불편한 일이다.’ (170~171쪽)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말 그대로 마법. 글쓰기며 뜨개질을 위한 모임뿐 아니라, 삶의 모든 조각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삶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문객이 찾아오더라도 잭은 주전자에 찻물을 끓이고 웬디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책을 팔고 사는 사이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 집을 인류의 축적된 지혜로 채우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책을 계속 가져오고, 또 책을 잔뜩 사 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좀 괴팍하지만 정감 가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는 것.” 168쪽

 정말 더없이 아름답지 않은가? 단순하게 책을 좋아하는 이에 의한 헌책방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작은 쉼터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이며 위대한 동반자인지 말한다. 웬디와 잭은 헌책방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마주한다. 책이라는 통로로 이어진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는 멋진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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