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아들이 살인죄라면?
열네 살 아들이 살인죄라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9.1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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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랜데이의 『제이컵을 위하여』

 [북데일리] “앤디, 당신은 제이컵을 생각해야 해. 제이컵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어?”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어.” (285쪽)

 부모라면 누구라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아이는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두가 비난할 잘못을 했더라도 부모는 방패가 된다. 윌리엄 랜데이의 <제이컵을 위하여>(검은숲. 2013) 속 아버지 앤디도 다르지 않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세상을 속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라 해도 말이다.

 앤디는 지방검찰청의 잘 나가는 검사로 아내 로리와 열네 살 아들 제이컵을 둔 중산층의 가장이다. 뭐하나 부족한 게 없다. 그러나 제이컵의 동급생 벤이 숲에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삶은 무너진다. 검사로서 사건을 맡지만 목격자는커녕 용의자도 찾을 수 없다. 단순 의심으로 성범죄자를 심문할 뿐이다.

 폐쇄되었던 학교가 수업을 시작하고 앤디는 아이들과 면담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침묵으로 답한다. 그러는 사이 제이컵이 용의자로 체포되고 앤디는 사건에서 제외된다. 벤의 옷에 제이컵의 지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벤이 제이컵을 괴롭혔기에 복수했다는 것이다. 이제 검사가 아닌 제이컵의 아버지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건을 풀어 끝내고 싶다. 정황과 증거는 제이컵을 향하는데 정말 무죄일까? 아들을 믿지만 불안하다.

 앤디는 자신에게서 물려받았을지 모를 기질을 생각한다. 살인을 저지른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내력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로리는 불안과 공포를 감추지 못한다. 남편을 향한 단단한 신뢰는 모두 무너지고 더 이상 아들의 내밀한 부분을 읽을 수 없다. 앤디는 제이컵을 믿지만 남모르게 증인을 만나고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한다. 제이컵을 위해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무죄 판결이다.

 ‘부모는 자식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 종종 터무니없는 허세를 부린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폭언도 받아들일 수 있고, 어떠한 도전도 물리칠 수 있으며, 어떠한 시련도 견딜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누구도 총알을 맞고 무사할 수 없다. 부모는 특히 더 그렇다. 부모는 자식 때문에 더욱 쉽게 상처를 입는다.’ (402~403쪽)

 가독성이 매우 높은 소설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반전으로 600쪽에 가까운 소설은 단숨에 읽힌다. 법정을 배경으로 제이컵의 살인죄에 대해 검사와 변호사의 첨예한 대립이 압권이다. 같은 증거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반론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재판 과정과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복잡 미묘한 감정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된다.

 작가는 로리가 앤디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가족을 위해, 어떤 일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앤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만약에 제이컵이 유죄라면, 우리도 유죄가 되는 거야. 그게 당연하잖아. 우리에겐 책임이 있어. 우리가 그 아이를 만들었잖아, 당신하고 내가. 우리가 그 아이를 창조해서 세상에 내보냈어. 그리고 그 아이가 진짜 범인이라면, 당신은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 당신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그래. 있잖아, 제이컵이 유죄라면, 우리가 소송에서 진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그 사실과 대면해야 해. 그러니까, 나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그렇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 아이의 부모야. 당신은 그 역할을 그만둘 수 없어.” 525쪽

 열네 살 소년의 살인죄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빌려 가장 위급한 상황에 내몰린 가족이 어떻게 하나로 응집되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제이컵의 범죄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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