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권정생 이야기 <강아지똥별>
동화작가 권정생 이야기 <강아지똥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8.0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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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고 별이 되다

 

 [북데일리] 살다보면 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영원한 어른 아이, 동화작가 권정생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커다란 욕심 없이 그저 학교에 다니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었지만 전쟁으로 모든 걸 잃었다. 그 때 그는 간절히 죽음을 바랐다. 그것이야말로 신을 향한 강력한 분노였을 것이다. 김택근의 <강아지똥별>(2013. 추수밭)은 고통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운 동화작가 권정생의 이야기다. 저자 김택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쓴 이다. 

 책은 빌뱅이 언덕 작은 교회의 종지기로 욕심 없이 살면서 동화를 쓴 권정생의 삶을 들려준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난 권정생의 삶은 고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방이 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야 했고 뛰어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에 진급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정생은 야학에 다니면서 공부를 놓지 않았다. 돈을 벌어 학교에 가려 했던 정생은 부산에서 재봉기 상회에 취직을 했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늑막염과 폐결핵이라는 질병이 그를 찾아왔다. 어머니의 정성스런 간호로 몸이 회복될 무렵,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다.

 아픈 몸을 건사하기도 힘들었지만 남은 가족에게 짐이 될 수 없었던 그는 기도원으로 향한다. 열흘 째 되던 날, 정생은 기도원을 나와 3개월을 거지로 살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동생이 결혼을 하자 교회 문간방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종지기 생활을 시작하고 자연과 벗하며 동화를 쓴 것이다.

 ‘모든 생명이 마찬가지였습니다. 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끌고 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한 일들이, 위대한 교감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때로는 비우고, 때로는 채우고 있었습니다.’ 138쪽

 권정생은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있었고 작고 미세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 민들레를 피워낸 게 강아지똥 이라는 걸 말이다. 동화로 유명해지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고 남은 생을 빌뱅이 언덕에서 살았다.

 “선생은 생전에 눈물이 없다면 이 세상 살아갈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하셨지. 분노를 가라앉히면 슬픔이 남지. 세상에서 제일 맑은 것이 있다면 눈물이야. 울고 나면 용서를 할 수 있어. 선생은 슬픔으로 탐욕과 음모가 가득한 우리 세상을 용서한 거야. 왜냐면 희망을 버릴 수 없으니까. 그 희망의 주인인 아이들을 믿고 사랑한 거야. 그리고 스스로 어린이가 된 거지.” 210쪽

 감히 이 한 권의 책으로 그의 삶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삶 그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파란만장’ 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책 속에 담긴 유품을 통해 그가 얼마나 소박한 삶을 이어왔는지 짐작한다. 불평만 내뱉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는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영원한 별로 빛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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