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살인자의 기억법>중에서
[북데일리] 김영하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치매 환자의 절망적이고 고독한 상황 묘사가 인상적이다.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오.”
다른 직원까지 가세해 그가 날짜를 잘못 알았다고 말한다. 더 이상은 우길 수가 없게 된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물러난다. 다음날 그가 다시 카운터에 가서 탑승권을 내밀면 직원은 똑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하루 일찍 오셨네요.”
이런 일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그는 영원히 ‘제때’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채 공항 주변을 배회하게 된다. 그는 현재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 어떤 곳, ‘적절치 못한 곳’에서 헤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외로움과 공포가 점증해가는 가운데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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