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야구 인생 보고서
박찬호의 야구 인생 보고서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8.0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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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솔직한 글이 주는 감동

 [북데일리] 살다보면 전부라고 믿었던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다. 우리는 이것을 ‘은퇴’ 라고 말한다. 그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것을 누리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니까 시작이 아니라 끝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박찬호의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2013. 웅진지식하우스)는 그 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최초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 124승 달성, 등 번호 61은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만큼 유명한 야구선수였고, 대단한 사람인 것이다. 야구는 박찬호 자신이었고 전부였다. 그것과의 이별을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박찬호의 야구 인생 보고서이며 삶에 대한 처방전이다.

책엔 그가 야구를 하면서 겪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촌놈으로 불리면서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미국 메이저 리그에 진출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경기, 그로 인해 마이너 리그로 내려가 좌절을 맛봐야 했던 시절, 고국에 대한 그리움, 영어로 인해 선수들과 온전하게 소통할 수 없어 오해와 불화가 잦았던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되었던 삶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경쟁이라는 것은 시간을 초월한다. 만약 ‘지금의 경쟁’만 있고, ‘지금의 승패’만 있다고 생각하면 이길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길도 더욱 더 좁다. 모든 경쟁에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끝내느냐’가 중요하다.’ 41쪽

미국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을 던질 때마다 그 마음이 두려웠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글에서 그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승자와 패자로만 나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내가 아닌 팀과 동료를 위한 배려,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려는 자세와 그의 성실함이 그를 만든 게 아닐까.

‘고통스러운 순간이 나에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의 고통도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더한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 그 고통을 지나보내야 한다. 그러니 할 수 있으면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 그것에 대처할 준비. 그 준비가 옳은 것인지, 효과가 있을 것인지 미리 의심할 필요는 없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설령 시련이 오더라도 그것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러면 괜찮다. 그러면 거뜬해진다.’ 86쪽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야구와 삶을 비교하게 된다. 개인과 개인의 대결이 아니라서 그런지 혼자만 살 수 없는 세상, 화합에 대해 생각한다. 경쟁 사회에서 정의로운 경쟁의 의미와 하나의 경기가 끝이 아니듯 절망의 순간이 끝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한 회, 한 회를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9회 말에 후회가 없을 터, 우리 삶의 9회 말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온몸과 마음을 다한 뒤에 찾아오는 내일에만 희망이 생길 수 있다. 그 뒤에 믿음이 더 굳건해질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을 정확하게 살아야 한다.’ 145쪽

꾸미지 않은 솔직한 글이 주는 감동은 크다. 박찬호의 글이 그렇다. 화려한 삶이 아니라 그저 오늘을 사는 삶이다. 야구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동료와 후배가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 누구에게나 닥치는 고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몸소 보여준 그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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