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675>필사-여름 목련나무
[365 글쓰기 훈련]<675>필사-여름 목련나무
  • 임정섭 대표
  • 승인 2013.07.30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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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글쓰기 훈련]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글을 소개합니다. 우리에겐 봄에 찾아오는 목련에 대한 스케치입니다.

<675>여름 목련나무

여름이 한창이다. 벌써 몇 주 전부터 커다란 여름목련나무가 내 방 창문 앞에 꽃을 활짝 피운 채 아우성이다. 언뜻 보기에는 느긋하고 무관심하고 느린 듯하지만, 실은 다급하면서도 흥청거리듯 풍성하게 꽃을 피워낸다. 눈처럼 하얗고 커다란 꽃받침 가운데에는 늘 몇 개 안되는, 많아야 여덟개 내지 열 개밖에 안 되는 꽃잎이 동시에 핀다.

꽃은 대개 이른 아침 창백한 녹색을 띤 꽃봉오리로부터 핀다. 그것은 순수한 백색이다. 마법 속에서 나타난 듯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하늘거린다. 마치 하늘을 받치는 거대한 아틀라스의 하얀 기둥처럼 빛난다. 그리고 어둡게 반짝이는 강인한 녹색 잎사귀는 하루 동안 젊음을 간직한 채 찬연히 빛난다.

그런 다음 꽃잎은 조용히 색이 바래기 시작한다. 가장자리가 노랗게 변해가면서 형태를 잃어간다. '피로에 지쳐서 굴복해간다'는 감동적인 표현이 잘 어울릴 만큼 늙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모든 노쇠현상이 하루밖에 안 걸린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햐얀 꽃송이는 이미 색이 바래 연한 계피 색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어제만 해도 아틀라스의 기둥처럼 단단했던 꽃잎들이, 오늘은 마치 섬세하고 부드러운 천연가죽처럼 힘없이 늘어진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웅진지식하우스. 2013) 중에서. 일부 수정

-<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소장.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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