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문장> 춤은 몸 속 음악이 빠져나오는 과정
<글쓰기 명문장> 춤은 몸 속 음악이 빠져나오는 과정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7.2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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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진옥섭의 <노름마치>

  멋지게 산다는 건, 몰입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간절한 무언가에 도달하는 과정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삶인지도 모른다. 전통을 고수하는 춤꾼의 생을 다룬 진옥섭의 <노름마치>(2013. 문학동네)에서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읽는 순간, 혼을 불사르는 하나의 춤사위와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가 겹쳐보인다.

‘춤추는 것과 오토바이 라이딩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둘 다 폼을 만들어야 하지만 둘 다 폼보다는 동기가 우선이었다. 춤은 몸 속에 고인 음악이 빠져나오는 과정이었다. 그것을 일부러 동작화하면 판의 흐름이 깨어졌다. 오토바이의 라이딩 폼도 무사히 속도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필연으로 만들어졌다. 인위적으로 멋진 자세를 취하면 1초 후에라도 곧바로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또한 오토바이도 생각의 군더더기를 소멸해야 가속되었다. 춤처럼 일체를 버려야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다. 생각이 영零에 도달하면 시속 28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었다. 그 쾌속 속에서 가로수가 길 끝을 향해 일제히 휘감겨드는 소실점을 보았다.’ 250~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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