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의 김려령은 잊어라!
<완득이>의 김려령은 잊어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7.08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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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이 심장 찌르듯 아픈 <너를 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가 어떤 짓을 해도 손이 나가지 않는다. 차마 때릴 수 없는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그저 보내줄 뿐이다. 끝난 사랑 싫은 사랑은 반드시 몸으로 드러난다. 눈이 보기 싫어하고, 귀가 듣기 싫어가며, 심장이 숨쉬기를 거부한다.’ 181쪽

 [북데일리]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의 <너를 봤어>(2013. 창비)가 화제다. 이전의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수위 높은 멜로 소설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중년 소설가이며 편집자인 수현은 동료이자 후배인 영재를 본 순간, 사랑임을 알았다. 영재 역시 마찬가지. 수현에겐 잘 나가는 소설가 아내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한 부부는 아니다. 결혼뿐 아니라 수현의 삶 전체가 그러했다. 어두운 과거를 확인시키는 어머니와 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여러 남자에게 웃음을 파는 어머니, 제 밥벌이 못하고 방탕한 생활에 찌든 형.

 그러니 아버지는 죽어도 괜찮았다. 어린 시절, 폭우가 쏟아지던 날 아버지를 모른 척 지나쳤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 그 뒤에 형이 있었다. 분노였다. 형을 죽이려 했던 게 아니라 억눌렸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여하튼 아버지와 형을 죽였고 나중에는 자살하는 아내를 방관했다.

 수현을 감싸고 있는 게 죽음이라면 영재를 감싸고 있는 건 따뜻하고 환한 사랑이다. 수현은 영재를 통해서만 위안을 받고 살 수 있었다. 끝까지 영재를 사랑하고 보호하고 싶었다.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죽음의 기운을 스스로 잘라내야 했다. 그래야만 영재를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내가 하고 온 것이 사랑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무 때나 달려가고 싶고, 그렇게 내게로 왔으면 좋겠고, 지금도 간절히 그러하다는 것뿐.’ 201쪽

 김려령은 여전히 강렬하다. 최고의 몰입도로 끝까지 함께 달린다. 과감하고 거침없이 사랑을 묘사한다. 거기다 소설가라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출판 기념회와 독자와의 만남은 생중계처럼 생생하다. 그 현장에서 수현과 영재를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날카로운 칼끝으로 심장을 찌르는 듯 지독하게 아픈 사랑이다. 영재를 향한 수현의 사랑뿐 아니라, 그를 사랑한 아내,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까지. 이전과는 다른 김려령의 소설, 그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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