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김애란의 <누가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 중에서
[북데일리] 우리는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풍선처럼 비누방울처럼 가슴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기분 말이다. 김애란의 <누가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에선 입맞춤이 그러하다.
‘어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 맨발로 뜨거운 모래를 밟았을 때처럼 온몸이 저릿해진다. 아버지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에 침을 바른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거짓말이라도 할 것처럼, 아버지가 입술에 침을 바른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어깨를 잡는다. 어머니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두 입술이 닿기 전. 세계의. 고요함. 그토록 오래도록 기다려온 입맞춤. 말캉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친다. 순간 아버지의 머리 위로 수천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나풀나풀. 우주로 방사되는 아버지의 꿈.’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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