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문장] 장면 상상하고 이어쓰기
[글쓰기 명문장] 장면 상상하고 이어쓰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1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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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한지혜의 <그 집 앞 골목길 >중에서

[북데일리] 글쓰기는 상상하기다. 바로 볼 수 없는 사물을, 본적 없는 사람의 생김새를 상상해 글로 나타내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글을 읽고 하나의 장면을 상상할 수도 있다. 다음은 한지혜의 단편 <그 집 앞 골목길>의 첫 부분이다. 눈을 감고 오래된 골목길의 풍경을 그려봐도 좋다. 뒤이어, 골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등장시키는 거다. 그러니까 두부 장수라든지, 딱지치기를 하는 아이들과 꼬리를 흔드는 길 고양이나 강아지 말이다.

 ‘골목은 어둡다. 가로등이 하나 서 있지만 깨진 지 오래된 듯 파편 위에 묵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다. 좁은 골목 좌우로 집들이 늘어서 있다. 대문은 제각각이다. 그럴듯한 양철 대문이 있는가 하면, 나무 위에 함석을 덧대 만든 문도 있다. 새시에 유리를 달아 작은 바람에도 덜컹거리는 그런 대문도 있다. 양철 대문이 있는 집에는 담이 있고, 담 너머에 마당도 있지만, 함석문을 단 집에는 담도 마당도 없다. 벽의 일부분에 구멍을 낸 것처럼 창문과 대문이 달려 있을 뿐이다. 밤이 되어도 창문에는 불빛이 비치지 않고, 문이 열린 지도 오래된 곳이다. 어쩌면 그곳은 문이 아니라 정말로 하나의 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211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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