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문장] 비오는 날엔 우울의 씨앗이 움트는...
[글쓰기 명문장] 비오는 날엔 우울의 씨앗이 움트는...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6.10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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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중에서

[북데일리] 비 오는 날, 보통 사람들은 멜랑코리한 기분에 빠진다. 떠나버린 옛 사랑이 떠오르기도 하고 쓸쓸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학 읽기 가이드북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에서 비 오는 날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비는 ‘비극적인 사랑의 슬픔이나 홀로 남겨진 자의 돌이킬 수 없는 고독’을 표현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인 장치라라며, 김유정의 <소낙비>, 손창섭의 <비 오는 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개한다.

“비 오는 날은 우리의 마음 깊숙이 숨겨진 수많은 우울의 씨앗들이 움트는 시간이다. 햇살 빛나는 오후의 날씨에는 살짝 망각할 수도 있고, 기분 좋게 웃어넘길 수도 있는 모든 슬픔과 좌절된 욕망과 안타까운 삶의 회한이 불현듯 한꺼번에 떠오르는 시간. 비 오는 시간은 우리 내면에 꼭꼭 감추어 두었던 욕망의 속살이 투명하게 비치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비처럼 숨길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우리의 욕망과, 비처럼 멈출 수도 숨길 수도 없는 우리의 슬픔을 더욱 생생하게 도드라지게 한다.

비는 노아의 홍수처럼 모든 욕망의 흔적을 쓸어가는 ‘파괴’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비온 뒤의 땅에는 언제나 새로운 생명이 솟아난다. 비는 파괴와 정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어쩌면 문학 그 자체가 비를 닮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주는 문학의 역할 자체가 비를 닮은 것이 아닐까?“ (p190~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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