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단단한 문학을 여는 열쇠
깊고 단단한 문학을 여는 열쇠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6.10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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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쉽고 재미있는 설명

[북데일리] “이 책은 문학 참고서와 문학 이론서 ‘사이’에 위치하고자 한다. (중략)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문학과 친구가 되는 법을 고민하고자 한다.” (p8, '초판서문‘중에서)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메멘토. 2013)은 문학 읽기 가이드북으로, 부제는 ‘문학의 비밀을 푸는 20개의 놀라운 열쇠’다. 저자에게 문학은 ‘변함없는 영혼의 안식처’이자 ‘매번 삶을, 세상을, 인간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해 주는 존재다. 하여 문학이 좋긴 한데 왠지 부담스런 독자나, 문학이 좋진 않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 책이 문학과 친구가 되는 법, 문학과 연애하는 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멘토가 되기를’ 희망한다.

1부에서는 <젊은 느티나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왜 문학을 읽고, 문학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이야기 한다. 문학은 사유가 ‘말랑말랑한 찰흙 같은 시기, 조금만 물을 뿌려 매만져 주면 언제든 새로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 시기’, 즉 사춘기의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사춘기의 방황을 어떻게 견뎌 내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가득 찬 문학 작품을 10대에 읽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잠깐의 괴로움을 통과하면, 우리는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문학은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동굴을 닮았다. 그 신비로운 동굴에서 빠져나오면 힘겹게 통과의례를 거친 뒤의 짜릿한 환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인생은 고해(苦海)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이 고난의 바다를 헤쳐 갈 수 있는 상상의 열쇠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이 아닐까.” (p24)

굳이 이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가득 차 있는 문학 작품은 10대와 20대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2부 ‘문학의 기법’에서는 ‘다르게 말하기, 알레고리의 힘’에 대해 들려준다.

"알레고리는 ‘말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드려내는 이야기 방식이다. (중략) ’직접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일 때, 특히 정치적 억압이나 검열이 심각할 때 사회를 향한 ’은밀한 풍자‘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 (p128~p139)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인간사’의 근원적인 갈등, 즉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의 끝나지 않는 싸움이라는 문제를 ‘동물들의 공동생활과 정치’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드러낸 경우다. 더불어 <반지의 제왕>을 읽으며 현실 속에서 간달프나 프로도 같은 인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 가보고 싶다는 욕구나, 소인국의 정치적 현실이 우리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알레고리적 욕망을 보여주는 사례’다.

3부 ‘문학의 내용’에서 들려주는 ‘방자, 골룸, 동키, 큐피드의 공통점’도 흥미롭다.

“만약 방자가 없었다면 <춘향전>의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중략)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의 용기가 없었다면, 인류는 불을 사용하는 지혜를 배워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를 괴롭히는 골룸이 없었다면 반지 원정대의 여정이 그토록 모험과 감동으로 가득할 수 있었을까?” (p139~p140)

방자나, 프로메테우스, 골룸처럼 ‘두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자 혹은 중간자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트릭스터(trickster)’라고 한다. 각종 설화나 민담, 신화 속에 존재하는 사기꾼, 장난꾸러기 같은 트릭스터. 그들은 금기를 위반하고 불합리성을 고발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현실에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문학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악당, 악마, 악녀’는 어떤가. <피터 팬>의 후크 선장,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는 착한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인,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들이다. 우리는 주인공에게 해를 끼치는 악인들에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묘하게 그들에게 마음이 끌리곤 한다. 바로 악역이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아, 숨겨진 인격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학 작품 속의 악인들은 단지 ’저 사람은 나빠. 저 사람 처럼 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안에 잠재된 어두운 본성을 직시하고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는 것.

이외 책은 ‘패러디, 시점, 은유, 상징, 아이러니, 날씨, 여성’과 같은 다양한 용어들을 통해 문학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키워드만 제대로 이해해도 문학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익숙한 작품들을 예로 들어준다. 책은 그녀의 ‘고민’ 덕분에 ‘친절하면서도 깊이 있’다. 하여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독서 가이드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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