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전경린의 <풀밭 위의 식사> 중에서
[북데일리] 하루 중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거나 화장을 하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본다. 하루가 다르게 자신이 변화하는 걸 아는 이가 있을까. 매일 늙고 있다는 걸 말이다. 전경린은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2010. 문학동네)을 통해 삶에 낙심한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표현했다. 표정이 사라진 얼굴인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삶에 낙심한 사람은 매일, 매시간 가파르게 늙는다. 주름이 생기거나 흰 머리카락이 올라와서가 아니다. 얼굴의 윤곽이 느슨하게 벌어지며 눈과 눈 사이가, 빰과 빰 사이가, 귀와 귀 사이가 점점 더 넓어진다. 보이지 않는 이음새가 헐거워져 하루가 다르게 넓적한 얼굴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건 단 하나의 표정, 그것은 무뚝뚝함이다. 사람들은 서로 당기듯 오목하게 모여 있었던 누경의 얼굴을 잊어갔고, 스스로도 잊었다.’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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