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림, 제철 음식, 색다른 자연
시골 살림, 제철 음식, 색다른 자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5.29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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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수놓는 자연과 음식 이야기

[북데일리] 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자연과 가까이 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반가울 책이 있다. 생생한 자연을 곁에 두고 사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의 <들살림 월령가>(2013. 컬쳐그라퍼)가 그것이다.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변화하는 활기찬 자연을 담았다. 사진으로 만나는 풍경은 경건하고 평화롭다.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싱싱한 푸성귀, 과일, 이웃들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 봄 밭 고랑에서 달래를 캐고, 모내기를 기다리는 거울처럼 투명한 논, 당장이라도 쪄 먹고 싶은 하지 감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붉게 읽어가는 사과, 마을 잔치를 벌이는 김장, 등 평범하면서 다채로운 일상이다.

 ‘송화가 한창이다. 바람이라도 한 차례 불어 주면 노란 가루가 군집하여 물결처럼 날리는 광경을 본다. 그 여파로 꽃과 나무, 정자와 심지어 자동차 위까지 온통 노랗다. 어제 내린 비가 마당 구석구석 올망종망 무늬를 그렸다.’ 63쪽

 익숙하지만 이름을 몰랐던 꽃들과 돌아보지 못했던 나무들의 이야기는 생경하면서도 친근하다. 조근조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가만히 먼 기억을 꺼낸다. 칼국수를 써는 할머니의 손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탐스런 보리수 열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아다지오로 걸으니 안개 속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보인다. 삶도 한 박자, 두 박자 천천히 가면 몰랐던 존재와 아름다움을 이렇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눈앞은 안개가 자욱하지만 세밑을 지나고 새해를 맞으며 후회와 바람으로 뒤덮였던 마음은 말갛게 개어 온다.’ 280쪽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귀농이나 농촌 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살림살이, 음식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때문에 시골 생활의 불편함이나 농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귀농을 위한 이주의 삶이 아니라 절반의 여행자 시선으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을 주로 담았다. 그 점이 아쉽다. 자세한 음식 레시피 대신 자연이 주는 맑은 기운을 전해준다. 복잡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접어두고 잠시 책의 매력에 빠져도 좋다. 몸은 어렵더라도 마음만이라도 그곳에 머무는 건 어떨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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