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바람을 담는 집>중에서
[북데일리] 성인 문맹자가 글을 읽게 되는 순간 그 기쁨은 어떠할까? 사람은 태어나서 일정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말을 한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는 따로 배워야 한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가 <바람을 담는 집>(문학동네. 1996)에서 들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60년대 그가 군복무를 하며 성인 문맹자들에게 글을 가르쳤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냈더니 백지 위에 손바닥을 펴서 짚은 채 각 손가락의 윤곽을 따라 연필로 서투르게 줄을 그은 손의 그림이 커다랗게 떠올랐다. 그 밑에는 어렵사리 판독한 결과 “저의 손이어요. 만져주어요”라는 뜻으로 읽혀지는 애틋한 글이 딱 한 줄 쓰여져 있었다. 내가 읽은 것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편지 중 하나였다.
마침내 그 편지의 수신인이 더 이상 나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도 아내의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된 날이 왔다. 그날 그는 아내의 편지를 손에 펴든 채 감격하여 큰 소리로 울었다. 거룩한 독자들의 대열 속으로 들어가는 입문의 통곡이었다. (중략) 내가 지금까지 남을 가르치는 일에서 이만큼 보람을 느낀 일은 한 번도 없었다." (p140~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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