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627>필사-로드킬
[365 글쓰기 훈련]<627>필사-로드킬
  • 임정섭 기자
  • 승인 2013.05.2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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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글쓰기 훈련] 코너는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하는 글쓰기 연습장입니다. 오늘은 묘사하기 입니다. 혹시 운전을 하다 짐승을 친 적이 있으신지요.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요. 그 상황을 글감으로 글쓰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프랑스 세탁소>(창비. 2013)의 정미경 작가의 글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책 속의 단편 <번지점프를 하다>의 첫머리로 '로드킬'을 묘사한 대목입니다. 다만, 대낮 도로이며, 차에 부딪힌 물체는 짐승이 아닌 사람입니다.

<627> 로드킬

아흐. 눈을 꾹 감는 순간 둥중하면서도 물컹한 것과 부딪히는 느낌이 꼬리뼈까지 찌르르 달려간다. 눈을 뜨자 앞에서 플래시가 터진 듯 시야가 온통 하얗다. 눈을 뜨고 꾸는 악몽 같다. 움직이는 사물이 하나도 없는 순간. 핸들을 움켜쥔 그 역시 사진 속의 피사체처럼 고요하다.

정지상태에서 먼저 깨어난 건 나였다. 차창을 내리자 소음의 파편들이 쏟아져들어오는데 그 다음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끈적한 무력감. 정작 그 속에서 날 끄집어낸 건 잠긴 듯 느린 그의 목소리였다.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야겠네." 그는 기이한 침착함으로 지갑을 꺼내 짚이는 대로 지폐 몇장을 빼서 내게 건넸다. (일부 수정.)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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